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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an72님의 서재
  • 인생졸업학교 교과서
  • 임부돌 외 11인
  • 15,300원 (10%850)
  • 2026-06-08

아직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들을 키우며 매일매일 숨 가쁘게 달려가고 있는 지금,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이미 친가 부모님의 노환과 이별을 겪으며 상실의 아픔을 통과한 반면, 처가 부모님은 아직 건강하게 생존해 계셔서 앞으로 다가올 시간들을 준비해야 하는 복잡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와 자녀 양육에 대한 답만을 치열하게 구해왔던 나에게, 임부돌 원장을 비롯한 12인의 전문가가 쓴 <인생졸업학교 교과서>는 신선한 충격이다. 우리는 학교를 졸업하는 법과 아이들을 졸업시키는 법만 배웠지, 정작 인생을 졸업하는 법은 배운 적이 없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았다.

죽음을 어둡고 두려운 종말이 아닌, 삶의 자연스러운 마무리이자 절기로 바라보도록 이끈다. 책을 관통하는 3대 핵심 문자인 ‘존엄’, ‘돌봄’, ‘준비’는 남은 삶을 어떻게 재설계해야 할지 명확하게 이끌어준다.

첫째는 인간다운 마지막을 스스로 선택하는 ‘존엄’이다. ‘죽음을 두려움이 아닌 삶의 자연스러운 마무리로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연명의료 중단이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같은 의료적 의사결정은 단순히 생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내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온전한 인간으로서 주체성을 지키겠다는 가장 적극적인 의지 표현이다.

둘째는 익숙한 내 공간에서 이웃과 동행하는 ‘돌봄’이다. ‘웰다잉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그 완성은 공동체에서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차가운 요양원 시설로 떠나는 대신, 내가 살아온 집과 지역사회에서 존중받으며 나이 들어가는 ‘현지 노화’의 가치를 일깨워준다. 친가 부모님을 보내드리며 느꼈던 아쉬움을 바탕으로, 여전히 곁에 계신 처가 부모님의 돌봄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셋째는 남겨진 이들을 배려하고 내 삶을 갈무리하는 ‘준비’이다. ‘노년의 핵심은 '더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진 것을 나누는 것'입니다’라는 문장은 큰 울림을 주었다. 장례 기획, 유산 정리, 유품 정돈을 미리 설계하는 것은 가족의 부담을 줄이는 일인 동시에, 내 삶의 지혜와 기록을 세상과 아름답게 나누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막연한 두려움을 지우고 얻는 ‘삶의 주도권’과 ‘현재의 소중함’이다. 마지막을 미리 설계해 둠으로써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 앞에서도 당당하게, 남은 생을 더 밀도 있고 가치 있게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또한 자녀 세대에게는 미래의 짐이 아닌 아름다운 기억을, 나 자신과 처가 부모님에게는 품격 있는 마무리를 선물하는 구체적인 실천 매뉴얼을 손에 쥐게 된다.

내 삶의 주체적인 마무리를 위한 ‘나의 인생 졸업 학교 교과서’로서의 구체적인 실천 지침을 추가로 제시한다. 나이 듦에 따라 찾아오는 신체적 변화와 노인성 질환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건강관리 지혜부터, 은퇴 후 경제적 자립을 유지하기 위한 시니어 재정 관리 방법까지 짜임새 있게 담아냈다. 실제 삶에서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웰다잉 홈스쿨링 교본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이미 겪은 이별의 경험과 앞으로 마주할 준비를 동시에 해나가며, 매일 커가는 자녀들과 함께 남은 삶을 주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하고 딱 좋은 시기이다. '이제까지 잘 살아왔으니, 잘 죽자!'. 나다운 삶의 마무리를 준비하게 돕는다. 아이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면서도, 내 인생이라는 작품을 가장 아름답고 눈부시게 완성하고 싶은 모든 부모들에게 읽기를 권한다.

이 리뷰는 리앤프리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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