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사실 서울을 잘 모른다.
역사를 배웠지만 사실 서울의 역사는 왕조위주의 역사였고 형해화된 서울이 전부였다.
개발논리가 지배하는 현실에서 서울은 부동산신화로 얼룩져있고 고풍스런 서울의 숨결은 재개발의 포크레인 앞에서 사멸위기에 놓여있다.
서울을 늘 걸으면서 다니지만 그냥 다닐뿐..
나에게 서울은 지하철 노선도의 서울이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서울은 없었고 어느 누구도 서울에 대해서 가르쳐주지 않았다.
5백년 도읍지라는 말은 교과서에서 배웠지만 그냥 수도였다는 느낌이었을 뿐이었다.
우연히 이 책은 접하면서 너무 반가웠다.
진흙에서 보석을 발견했다는 말로 대신한다.
그동안 지식인들이 쓴 책들을 보면 온갖 어려운 말로 현학을 뽐내면서 그들만을 위한 관념적인 책들이 너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 책은 대중들을 위한 훌륭한 지침서이다.
요새 유행처럼 퍼지는 답사만을 위한 책도 아니고 그렇다고 지식만을 채우는 현학서도 물론 아니다.
발로 땀을 내고 다니면서 읽고 상상하는 책이다.
책 서문에 보면 이런 말이 씌여 있다.
'시간의 흐름, 역사로 장소를 볼 것이 아니라 장소를 통해 시간의 의미를 재발견하고 역사를 재구성해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의미를 이 한 문장으로 압축해서 보여주는 대목이다.
관념의 역사를 공간을 통해 재구성하고 재발견하게 되는 생생한 현장감을 느껴보게 되는 그런 내용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중요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역사의 타임머쉰을 타고 과거에서 현재로의 시간적,공간적 이동을 상상하게 된다는 점이다.
상상의 재미를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판 '빽투더 퓨처'라고 할까?
서울 토박이로 태어났지만 사실 서울을 잘 모르는 나에게 다시한번 서울을 다시 배우도록 자극한다.
이 책은 훌륭한 역사길잡이로, 서울문화 안내서로, 답사문화 지침서로 성인뿐만 아니라 자녀들에게도 풍성한 지식과 상상력을 길러줄 것이라 확신한다.
주말에 집에서 할일 없이 재미없는 리모콘 놀이를 이제 그만 멈추고, 한 손에 지도를 들고 가족들, 친구들과 함께 우리 모두 길을 떠나 보심이 어떠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