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생활자의 책장 서평입니다.
들어가기에 앞서, 서평 이벤트로 받아 읽어보게 되는 책은 되도록 쓴소리를 안 하고 좋은 쪽으로 평을 하게 됩니다. 비단 책뿐만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무엇을 받고 나면 굳이 나쁜 소리는 안하고 삼키게 되는 것이니까요. 다만 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던 아쉬운 마음도 솔직하게 털어놓기로 하였습니다. 서평 이벤트로 받았다고 해서 좋은 소리만 하는 것도 진정한 서평단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이니까요.
우선 책의 프롤로그에 작가님의 자신감이 부족한 점이 너무 아쉬웠습니다. 저는 서장부터 작가의 말까지 전부 읽는 편인데, 작가님께서 본인의 이야기 집필을 제안 받았을 때 굳이 나무를 희생시키면서 할 일인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셔서 당황스러웠습니다. 물론 작가님께서 몇번 말하셨다시피, 이 세상에는 정말 자원 낭비다 싶은 책들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런 판단은 읽는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두셨더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저자님의 확신 부족한 말씀이, 책 내용이 별볼일 없을 것이라는 의미로 전달됐고 책을 읽는 내내 떨치려 노력해야해서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서평을 신청한 이유에 걸맞게, 최대한 좋은 쪽으로 생각하며 열심히 읽어나갔습니다. 책의 구조는 다양한 주제로 다양한 책들의 구절들을 가져와 이야기하는 방식입니다. 팟캐스트 내용을 출판한 것이므로 정말 누군가가 이야기를 헤주는 느낌도 듭니다. 일반적인 책보다 거리가 더 가깝게 느껴지는 매력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맘에 드는 부분이나 공감되는 부분에 소개된 책을 읽어보고 싶게 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제가 흥미를 갖고 있는 주제를 다루거나, 저에게 잘 맞을 것 같지만 미처 몰랐던 책들을 알아가는 것은 큰 수확이었습니다. 더불어 앞으로도 읽을 일은 없을 것 같은 책들도, 그런 내용의 책들이 세상에 존재하는지 알아가는 것 자체에 의의가 있었습니다. 스스로 해당 책을 읽어보기 전에는 모르기 마련인데, 누군가의 후기와 소개를 듣고 미지의 베일을 걷어낼 수 있는 의미있는 경험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제일 인상깊었던 부분은 '사회적 개인주의자의 공중 곡예' 부분입니다. 소박한 혹은 건강한 개인주의자로 살아가고자 하는 혼밥생활자들이라면 한번쯤은 생각해볼 만한 주제를 다루는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본 책 256페이지에 인용된 박완서 작가님의 책 구절도 새로운 깨달음을 주어 참 좋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난 좋은 의미의 개인주의자라고 생각해요. 내가 중하니까 남도 중한거지, 사람이 사람을 억압하는 사회가 싫은 거죠." -박완서, <박완서의 말>
흔히 개인주의자라하면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고,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라고 치부하곤 합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자기가 중요한 것을 아는 사람이 그것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도 제대로 존중한다는 것, 많은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혼밥이란 단어도 보편화됐고, 혼자 밥 먹는 사람을 이상하게 보는 시선도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앞으로 혼밥생활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고, 더욱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길 바랍니다. 그런 사회 분위기에 긍정적 보탬하는 것이 작가님의 팟캐스트를 비롯한 혼밥생활자를 당당하게 칭하는 이런 책이겠지요. 혼밥생활자를 응원하며 물개박수를 치고 싶은 마음, 작가님을 포함한 모든 혼밥러들에게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