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이라고 해서 많이 두껍지는 않고, 부담없이 들고 읽을 수 있는 두께의 책입니다. 표지의 사람이 얼굴을 보이지 않는 투구를 쓴 것이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느낌을 주어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책 내용과 직접적 연관은 없지만 은유적으로 잘 담아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의 강남이 배경이니만큼 구체적인 장소도 언급이 되고, 현실성이 부여됩니다. 강남의 이면을 담아낸 '소설'이지만 마치 실제인 것처럼 상상하며 읽게되는 재미가 있습니다. 강남역, 역삼역, 가로수길, 테헤란로 등등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최소 한번쯤은 가보거나 들어봤을 곳이 배경이라 좀 더 몰입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다만 담긴 내용은 그다지 밝거나 희망차진 않고, 오히려 더럽고 추악합니다. 소설이므로 이게 진짜일 리 없단 걸 알고 보지만, 위에 언급한 이유로 현실감이 느껴져서 기분이 영 좋지 않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현실이 이렇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읽는 내내 들었습니다. 허구의 이야기지만, 부패한 경찰이나 만연한 성매매, 연예계 마약, 돈으로 해결되는 더러운 사건 등은 영 거리가 먼 이야기도 아니기에 씁쓸하였습니다. 그렇지만 그래서 보지 말아라!하는 소리가 아니라, 애초에 그런 것을 의도하고 쓰여진 책이므로 매력포인트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띠지에 쓰여있듯 저자분이 드라마 작가시고, 뒷표지에는 모PD님의 추천사가 써있습니다. 이 점이 서평을 신청하는 동기가 되어주기도 하였는데, 과연 읽어본바 우리나라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평소 우리나라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취향에 잘 맞고 재밌게 보시지 않을까 합니다. 스마트폰 사용의 유혹 때문에 이따금 책을 덮었다 다시 읽곤 하는데, 이 책은 한번 읽기 시작해서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습니다. 의식적으로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책에 따라 쉬었다 읽기도 하는데 이 책은 한번에 읽게 될만큼 뒷 내용이 어떻게 될 지 궁금했고 읽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