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 서평을 쓰기에 앞서, 이런 책이 이 세상에 나오고, 번역되어 우리나라에 출간되는 것 자체가 의의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한 원동력이 된다고 믿는다.
그렇게 호기롭게 서평단을 신청하고 열린 마음으로 책을 받아들었으나, 처음엔 책이 좀 어렵고 난해해서 당황했다. 발레리나 지망생과 젖가슴의 독백으로 진행되는 글이란 것은 알았으나, 초장부터 쏟아지는 전문 발레 용어와 3명(?)의 화자가 각각 외치는 독백이 영 낯설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마치 동시에 다른 책 두 가지를 읽는 듯한 느낌도 있었다. 프랑스 문학과 발레라는 주제, 그리고 작가의 의도 모두 섞여 관객에게 외치는듯한 연극적 어조가 담겨있었다. 누군가 내게 들으라고 이야기 해주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이야기 하는 것을 내가 봐야하는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독백이 각 3페이지 정도 번갈아 나오기 때문에 숨쉬어갈 틈을 주어 곧 적응되었다. 책 처음부터 끝까지 비슷한 궤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역설적이게도 어렵게 느껴졌던 분절 구성이 책을 쉬지 않고 한번에 끝까지 읽을 수 있게 도와주었다.
독특한 말투와 책 구성이 더해져 흥미롭게 읽어나갔던 이 책의 내용은, 예상하다시피 마냥 즐거운 내용은 아니다. 오히려 대개 페미니즘 소설이 그렇듯 슬프고 화도 난다. 제일 인상깊었던 부분은 다음과 같다.
'올리비에, 너는 나를 사랑하는 거야, 아니면 내 가슴을 사랑하는 거야?'
그는 나를 욕망의 대상으로 바라볼 뿐, 재능 있는 사람으로 여기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가 나의 가슴을 바라볼 때마다, 그것들을 수첩에 그리고 사진을 찍을 때마다, 나는 분홍색 살로 이루어진 두 개의 포장팩으로 쪼그라드는 기분이다. (…) 누군가가 당신을 계속 그 무엇인가로 축소시키고 있을 때, 그 무엇을 어떻게 제거해 버릴 수 있는가? 그렇게 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끊는 것 외에? 나는 올리비에를 사랑한다. 그는 내 가슴을 사랑한다. 얘기는 끝난 것이다. (p.125)
주인공이 큰 가슴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을 때, 연인이란 사람은 하등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고통을 안겨주는 발언을 한다. 또다른 화자인 한 쌍의 젖가슴은 주인공이 가슴 때문에 겪게 되는 비극에 무관심하게끔 창조되었는데, 위에서 드러나는 얄팍한 행태는 철저히 창조된 것이 아니라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
그리고 위에 한번 언급한 말을 다시 뒤집자면, 책 속에 슬프고 화가 나는 내용만 있지는 않다. 주인공의 삶이 앞으로 나아가면서, 새로이 부딪히는 문제도 있고 변화도 생긴다. 발레리나에게 발레를 잘 하지 못하는 것은 얼마나 큰 고통일까? 이 생각을 하며 책을 읽어나가다보니, 주인공에게 자연스레 정이 갔고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응원하게 되었다.
이 책은 딱 펼쳤을 때는 어려워 보일 수 있으나, 읽다보면 책장을 계속 뒤로 넘기게 하는 매력이 있으며, 완독할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