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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ooster님의 서재
  • 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자본> 강의
  • 데이비드 하비
  • 30,600원 (10%340)
  • 2011-04-29
  • : 1,506


저자는 영국 출신의 마르크스주의 지리학자이자 사회이론가로, 도시·공간·자본주의를 결합해 분석하는 세계적 석학이며, 자본의 축적 논리를 공간 구조(도시화·부동산·금융·제국주의) 속에서 해석한 이론가로 유명하다. 그는 자본주의를 단순한 경제 체제가 아니라 도시, 국가, 정치, 문화, 일상생활 전체를 재구성하는 구조적 시스템으로 파악했고, 『자본의 한계(The Limits to Capital)』, 『신자유주의의 역사(A Brief History of Neoliberalism)』, 『반란의 도시(Rebel Cities)』 등을 통해 신자유주의, 금융화, 불평등, 도시 공간의 계급화를 날카롭게 비판해 왔다. 특히 『맑스 <자본> 강의』에서는 난해한 『자본론』을 현대 자본주의 현실과 연결해 해설하며, 맑스를 고전 텍스트가 아니라 지금도 작동하는 비판 이론으로 복원한 해설자로 평가받는다.

 

이 책은 단순한 강의 해설서가 아니다. 자본주의를 ‘비판하기’에 앞서 ‘이해’를 먼저 요구하는 꽤 집요한 안내서이다. 2010년 출간 당시에도 시의성이 있었지만 15년이 흐른 지금 자본주의의 중심부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 벌어진 정치적 격변과 도널드 트럼프 현상을 떠올려보면 하비의 문제 제기는 더욱 또렷하게 다가온다. 돈이 삶을 지배하는 수준을 넘어 민주주의의 형식까지 흔들 수 있다면, 그 구조를 다시 들여다보는 일은 사치가 아니라 필수에 가깝다.

 

책은 상품에서 출발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부는 돈이 아니라 ‘상품의 집합’으로 나타난다. 상품은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를 동시에 지니지만 자본주의가 고도화될수록 우리의 관심은 점점 교환가치, 곧 가격으로 쏠린다. 서로 다른 물건이 일정한 비율로 교환될 수 있는 이유를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시간’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는 대목은 가격표 뒤에 숨어 있는 노동의 흔적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러나 우리는 대개 그 숫자를 자연스러운 질서로 받아들인다. 하비가 짚어내는 상품 물신성은 바로 이 지점, 인간이 만든 관계를 자연법칙처럼 믿어버리는 착시를 가리킨다. 익숙함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이데올로기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교환과 화폐의 분석은 시장을 더 이상 순진하게 바라볼 수 없게 만든다. 교환은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들 사이의 거래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가능하려면 사적 소유와 법적 인정이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화폐는 단순한 편의 수단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의 매개이다. 상품–화폐–상품의 순환에서 돈은 수단이지만 화폐–상품–화폐′의 구조에서는 더 많은 돈이 목적이 된다. 이 전환이 자본주의의 본질을 드러낸다. 돈이 삶을 돕는 도구가 아니라 삶이 돈의 증식을 돕는 장치로 바뀌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자본의 일반적 정식 G-W-G′을 따라가면 이윤의 비밀이 드러난다. 단순한 유통 과정에서는 가치가 늘어나지 않는다. 잉여가치는 생산 영역에서, 특히 노동력이라는 특별한 상품을 통해 창출된다.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 ‘결과’가 아니라 일정 시간 일할 수 있는 ‘능력’을 판다. 임금은 그 능력을 유지하는 비용일 뿐, 노동자가 실제로 만들어낸 가치 전체를 반영하지 않는다. 노동시간은 필요노동과 잉여노동으로 나뉘고 그 차이가 자본의 몫이 된다. 월급이 정당한 보상이라는 익숙한 생각이 조금은 흔들리는 대목이다.

 

불변자본과 가변자본의 구분은 자본이 실제로 어디서 증식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기계와 원자재는 자신의 가치를 이전할 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지 않는다. 오직 노동력만이 그 이상을 만들어낸다. 잉여가치율, 노동일의 연장, 상대적 잉여가치의 확대라는 개념들은 자본이 노동을 어떻게 조직하고 압박하는지 설명한다. 기술 발전과 생산성 향상 역시 중립적 진보가 아니라, 필요노동을 줄이고 잉여노동을 늘리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효율이라는 단어가 갑자기 낯설어진다.

 

협업과 분업, 매뉴팩처와 대공업, 그리고 기계의 도입에 대한 분석은 오늘날의 자동화와 플랫폼 노동을 떠올리게 한다. 협업은 연대의 가능성을 품고 있지만 동시에 통제와 관리의 정교한 방식이 될 수 있다. 분업은 효율을 높이지만 노동자를 전체 과정에서 분리시키고 대체 가능한 존재로 만든다. 기계는 인간을 해방시키는 동시에, 자본의 논리 아래에서는 인간을 기계의 리듬에 종속시킨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기술이 편입된 체제라는 점이 또렷해진다.

 

임금과 단순재생산, 축적의 논의는 자본주의가 어떻게 스스로를 반복·확대하는지를 보여준다. 노동자는 임금을 통해 다시 노동력을 재생산하고, 자본은 잉여가치를 축적해 규모를 키운다. 축적은 선택이 아니라 강제이며, 경쟁 속에서 자본가는 멈출 수 없다. 산업예비군의 존재는 실업과 불안정이 우연이 아니라 구조의 일부임을 드러낸다. 성장의 이면에 상대적 빈곤과 집중이 뒤따르는 이유도 이 맥락에서 이해된다.

 

마지막으로 본원적 축적의 분석은 자본주의의 출발 신화를 재검토하게 한다. 성실과 절약의 미담 대신, 토지로부터의 추방과 박탈, 제도화된 폭력의 역사가 놓여 있다. 자유로운 계약이라는 말은 이미 생산수단과 분리된 존재를 전제로 한다. 자본주의는 자연스러운 진화의 산물이 아니라 특정한 역사적 조건 속에서 형성된 체제임을 상기시킨다.

 

이 책의 의의는 단순히 『자본』을 쉽게 풀어냈다는 데 있지 않다. 하비는 자본주의를 도덕적으로 규탄하기보다, 그 운동 법칙을 차분히 해부한다. 왜 위기가 반복되는지, 왜 불평등이 쉽게 해소되지 않는지, 왜 돈의 논리가 정치와 일상 깊숙이 스며드는지를 구조적으로 설명한다. 그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집값 그래프나 주가 지수, 월급 명세서와 뉴스 속 국제 정세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다.

 

이 책은 자주 들어 귀에 익숙하지만 깊이 생각해보지 않아 선뜻 이해되지 않던 용어들과 두꺼운 분량으로 사회과학 지식이 일천한 헛똑똑이 필자를 불편하게 해주었다. 그러나 그 불편함이 사유의 시작이다. 자본주의를 “원래 그런 것”으로 넘기지 않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묻기 시작하는 순간, 우리는 조금 다른 자리에 서게 된다. 지금의 혼란스러운 세계정세와 경제 현실을 이해하고 싶다면, 그리고 분노나 체념 대신 독수리처럼 맑은 눈을 갖고 싶다면, 이 책은 충분히 일독할 가치가 있다. 자본주의의 민낯을 마주하는 일은 결코 가볍지 않지만, 적어도 우리가 싸우는 상대가 누구인지는 분명히 알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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