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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ooster님의 서재
  • 최소한의 은퇴공부
  • 단희쌤(이의상)
  • 17,100원 (10%950)
  • 2025-10-15
  • : 2,980


은퇴를 앞둔 직장인이라면 은퇴 이후에는 현재와 같은 생활 수준과 리듬을 온전히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을 느껴보았을 것이다. 이제 60개월쯤 후면 그 두려움을 현실로 맞이해야 하는 처지에서 이 책은 매우 시의적절하게 다가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자는 은퇴를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배워서 해결할 과제로 다시 보고 있다.

 

한국 사회의 평범한 월급쟁이에게 ‘퇴직’은 수십 년간 지켜왔던 정체성의 붕괴에 맞먹는 인생의 대사건이다. 그러니 당황하지 않으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저자가 퇴직을 준비가 아닌 공부의 문제로 바라보는 이유다. 여기서 말하는 공부는 지식 쌓기가 아니라 삶의 구조를 다시 짜는 연습이며, 불안을 분석해 스스로 길을 찾는 자기 성찰의 기술이다. 이는 은퇴를 인생의 끝이 아닌 2막의 시작으로 보게 만드는 시선 교정에서부터 출발한다.

 

제목의 ‘최소한’은 단순한 실용 구호가 아니라 원칙이다. 완벽한 대비에 집착하지 말고 지금 당장 가능한 작은 준비부터 하라는 제안이 핵심이다. 은퇴 직후 1년을 간단히 시뮬레이션하고, 하루 루틴을 설계하며, 지출을 단순화하고 관계를 점검하는 실천을 권한다. 미니멀 라이프의 원리를 은퇴 계획에 적용해 거대한 계획보다 지속 가능한 습관을 중시하는 태도가 돋보인다. 목표를 크게 세우기보다 삶을 조금씩 조율해 ‘실행 가능한 최소치’에 집중하도록 이끈다.

 

장수 시대의 화려한 노후 신화를 걷어내고, 삶이 버틸 수 있는 바닥을 먼저 깔아 주는 기술을 제시한다. 재무 팁을 늘어놓기보다 “무엇부터, 어느 수준까지”라는 질문에 답하며, 돈·일·집·건강·관계 다섯 축을 최소 요건으로 재정리한다. 큰 비법을 약속하지는 않지만, 오늘 당장 시작할 수 있는 ‘동사형 과제’를 건네준다는 점에서 실용서의 장점을 갖추었다.

 

중요한 전환점은 은퇴를 단지 돈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로 본다는 데 있다. 노후 불안의 근원을 자산 부족보다 ‘삶의 방향 없음’에서 찾고, 재테크 공식보다 지출 단순화, 생활 리듬 재정비, 시간 사용의 주도권을 우선한다. 여기서 ‘일’은 단순한 생계 수단을 넘어 존재감과 사회적 연결을 유지하는 활동으로 다시 정의된다. ‘쓸모 있는 인간’에서 ‘의미 있는 인간’으로 옮겨 가자는 제안은 자존감이 삶의 지속 가능성을 떠받치는 토대라는 통찰로 이어진다.

 

책의 중심에는 ‘현금흐름’ 사고가 놓여 있다. 자산 총액에 속지 말고 국민연금 예상 수급액을 기준점으로 삼아 부족분을 메울 ‘버팀 소득’을 확보하라고 권한다. 나이로 정하는 뭉뚱그린 자산배분 공식 대신, 월 생활비와 안전마진을 거꾸로 계산해 위험자산 비중을 정하는 접근은 매우 현실적이다. 은퇴는 노동의 끝이 아니라 소득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분명해진다.

 

후반부에서는 ‘공부’의 의미를 인생 후반부의 교양으로 끌어올린다. 은퇴는 생업의 종료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외연을 확장하는 시기로 본다. 독서, 산책, 일기, 명상, 대화 같은 소소한 루틴이 마음의 질서를 세우고 정신을 단련하는 공부라는 주장이다. 이 대목에서 책은 재무 설계서의 외피를 벗고 삶의 미학서 같은 얼굴을 드러낸다. 화려한 비법 대신 실천 가능한 루틴을 남긴다.

 

이 책은 아주 세밀한 재무 공학이나 세대·계층별 차이를 촘촘히 반영한 지침이라기보다는 독자가 스스로 질문을 통해 자기만의 설계를 그리게 하는 ‘촉발 장치’에 가깝다. 구체적 수치나 상품 비교를 기대했던 독자에게는 아쉬울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의 의도는 해답을 주기보다 질문을 환기하는 데 있고, 그 전략은 설득력이 있다. 은퇴 이후 “무엇을 할 것인가”도 중요하겠지만 결국은 그래서 “어떤 존재로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한계도 분명하다. 자산 관리의 사례로 서울 지역 12억짜리 아파트를 소유한 중산층을 전제하였기에 주택 소유자라 하더라도 서울이 아니거나 무주택자 또는 불안정 노동자에게는 진입 장벽이 높게 느껴질 수 있다. 역모기지, 대체자산 비중, 주거 전환의 타이밍 등 독자의 위험 성향과 지역 격차를 더 세밀히 반영한 보조 지침이 있었다면 내용이 더욱 탄탄했을 것이다. 일례로 수도권·지방 간 의료 접근성 차이를 고려한 대안 경로가 보강된다면 실행 가능성의 범위도 넓어질 것이다.

 

그런데도 이 책은 ‘은퇴는 종착역이 아니라 운영체제의 교체’라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보여 준다. 최소 요건부터 확보하라는 제안은 두려움을 줄이고 행동의 순서를 명확히 하며, 가족과의 협의를 제도 언어로 정착시킨다. 큰 비법 대신 작은 루틴을, 먼 미래의 복권 대신 오늘의 현금흐름을 제시하는 태도는 기술에 가깝다.

 

이 책의 큰 그림은 재테크 중심의 은퇴 담론을 비껴가 삶의 2막을 ‘의미 중심의 시간’으로 다시 짜도록 돕는데 있다. 퇴직을 사회로부터의 퇴장 명령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새 무대의 입장으로 보게 하는 메시지는 따뜻하고 분명하다. 책을 덮고 나면 은퇴는 막연한 공포가 아니라 응답을 요구하는 질문이 된다. “이제 진짜 나로 살아볼 준비가 되었는가”라는 물음 앞에서, 우리는 거창한 계획 대신 오늘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실천을 떠올리게 된다. 이 책은 그 실천으로 가는 길을 단정하고 단단한 문장으로 비춘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노후를 위한 이념서가 아니라 사용 설명서에 가깝다. 덜 알지만 더 움직이게 만들고, 화려한 시뮬레이션 대신 버틸 수 있는 바닥을 깔아 준다. 지금 당장 점검목록과 주간 루틴으로 시작하려는 독자에게 가장 실용적인 동반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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