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jyooster님의 서재
  • 나쁜 버릇
  • 알라나 S. 포르테로
  • 15,030원 (10%830)
  • 2024-12-20
  • : 650


 

 

<나쁜 버릇>은 한 트랜스젠더 소녀가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되기까지의 삶을 그린 소설로, 주인공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 몸에 갇혀 있다는 느낌을 어떻게 경험하며 성장해 나가는지를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 주인공은 1980년대 스페인의 헤로인이 유행하던 작은 노동자 마을에서 자라며, 변화의 기운이 도는 가운데 여전히 편견과 독재의 잔재가 남아 있는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 주인공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겪는 갈등과 사랑, 상실, 치유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으며 젠더와 성 소수자로서의 경험을 조명한다. 또한 개인이 사회적 억압과 맞서면서 성장하고 자기 정체성을 완전히 수용하기까지의 여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내며, 독자들에게 다양성과 포용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저자의 문체는 시적이면서도 직접적이며, 주인공의 감정과 내면 풍경을 강렬하게 전달한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를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처음 접한 저자 알라나 S. 포르테로의 글은 정말 뛰어나며 독자를 강렬하게 사로잡는다. 마치 언어로 마법을 부리는 듯하다. 한 문장, 한 단어에 담긴 감정이 독자를 감동시키고 때로는 긴장하게 만들며 책장을 넘길 때마다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그녀의 글을 읽다 보면 기쁨과 슬픔, 다정함과 무력감, 환상과 고통 같은 감정들이 쉼 없이 몰아친다. 이렇게 복합적인 감정을 동시에 일으킬 수 있는 작가는 많지 않을 것이다.

 

작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이 어렸을 때 고민했던 질문들에 답을 찾아가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사람 간의 차이를 느낄 때의 고민이나 아이들이 어른들의 말과 태도에 얼마나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지에 대한 묘사는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아이들이 어른들의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신뢰와 안정감을 잃고, 결국 자신을 잃어가는 과정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 책은 장마다 큰 감동을 준다. 여러 인물이 주인공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주인공이 자신을 반영해 볼 수 있는 여성들과의 관계가 주요하게 다뤄진다. 처음에는 그 여성들을 닮는 것이 두려웠던 주인공이 시간이 지나며 그들로부터 힘을 얻고, 이를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이 작품은 여성들 간의 연대감을 따뜻하고도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다.

 

전형적인 가부장적 사회에서 나고 자랐으며 이성애가 당연한 것으로 알고 살던 독자라면 이 이야기의 분위기는 때로 불편할지 모르겠지만, 아름다운 문체로 쓰여있어 그 아픔마저도 깊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현재도 많은 어려움에 직면한 LGBTQ+ 공동체를 위해 이 소설은 과거의 위협과 잃어버릴 수 있는 것들을 상기시키며, 동시에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들을 보여준다. 주인공의 목소리는 꿈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와, 그 꿈을 빼앗으려는 세상과 맞서 싸우는 모습을 강렬하게 전달한다. 이러한 싸움 속에서도 계속 나아가는 모습은 LGBTQ+ 공동체의 회복력과 인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소설의 스페인어 제목인 ‘La Mala Costumbre’는 문자 그대로는 "나쁜 습관"을 의미하지만, 여기서는 ‘주인공이 자신을 부정하고 남들에게 맞추려 했던 과거의 태도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는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받아들이는 데 방해가 되었던 요소를 상징한다.

 

이 소설은 젠더와 관련된 이야기를 사회적, 개인적 차원 모두에서 심도 있게 풀어내며 스페인 문학의 새로운 장을 여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자아 탐색과 사회적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강렬한 일인칭 화자 시점으로 쓰였으며 상황의 거칠고 생생한 묘사는 물론이고 따뜻하고 감동적인 부분까지 담아낸다. 단순히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초상을 정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특히 산블라스라는 지역과 그곳 사람들을 묘사하는 데 있어서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과 날카로운 통찰력이 돋보인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가족을 부양하는 노동자들과 그 속에서 받아들여지거나 배척당하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남성 중심의 문화가 폭력을 용인하던 그 시기의 어두운 단면도 놓치지 않았다. 마드리드의 초상 또한 훌륭하다. 저자는 그 도시의 아름다움과 약점을 함께 그리며, 그 감정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주인공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본 풍경을 묘사한 부분은 특히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다. 주인공의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는 깊은 슬픔을 안겨준다. 그 당시 트랜스젠더 아이들이 느낀 외로움과 불안은 너무나도 절실하다. 주인공은 오랫동안 가족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지 못하고, 낮에는 자신을 이해할 수 없는 몸으로 살아가며, 밤에는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으로 변신하는 이중적인 삶을 이어간다. 이 삶은 그녀를 내적으로 갈가리 찢어 놓으며, 학교생활, 직장, 정신 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주변 인물들인 마르가리타, 에우헤니아, 제이, 안토니오도 매우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이들은 주인공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가족 같은 존재다. 결말에서는 주인공이 마침내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이 소설은 모두에게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특히 자기 몸과 마음으로 이런 싸움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 그들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사람들, 그리고 아직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이 책은 꼭 읽어야 할 가치가 있다. 만약 이 책을 읽고도 저자의 글과 그 안에 담긴 깊은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다른 해결책은 없을지도 모른다.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