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1223/pimg_7302471164541298.jpg)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마크 쿨란스키의 『대구: 세상의 역사를 뒤바꾼 어느 물고기의 이야기』(Cod: A Biography of the Fish that Changed the World, 1997)는 단순히 한 생선에 관한 이야기를 넘어 인류의 역사, 경제, 생태, 문화를 폭넓게 탐구한 논픽션이다. 이 책은 ‘대구’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세계사의 흐름을 분석하며, 대구가 단순한 식량 자원을 넘어 문명과 사회 변화를 이끄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출간 이후 이 책은 여러 언어로 번역되어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특정 상품을 통해 역사를 해석하는 새로운 서술 방식인 미시사적 접근법의 전형을 제시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단순한 주제에 대한 흥미로운 서술을 넘어, 인간과 자연, 역사와 경제의 얽힌 관계를 심도 있게 조명한 결과다.
대구는 북대서양의 차가운 바다에서 대량 서식하며, 오랫동안 인간의 주요 식량원으로 자리 잡았다. 중세 유럽에서는 대구의 저장성, 영양가, 그리고 대량 공급 가능성 덕분에 생존을 위한 필수 자원으로 여겨졌으며, 이를 보존하기 위한 소금절임 기술의 발전이 촉진되었다. 당시 바이킹은 대구를 건조하여 장기간 보관 가능한 식량으로 활용했고, 이러한 저장 기술은 바이킹이 대서양을 넘어 미 대륙을 방문한 최초의 유럽인이 될 수 있도록 도왔다. 이는 단순한 식량 자원을 넘어 기술과 탐험의 발전에도 대구가 상당히 이바지했음을 보여준다.
15~16세기 대항해 시대에 이르러 대구는 신대륙 탐험과 식민지 개척의 중요한 동력이 되었다. 특히 바스크인은 대구를 소금에 절여 저장함으로써 고래잡이 산업을 확장했고, 영국과 프랑스는 북대서양 대구 어장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뉴잉글랜드와 캐나다의 그랜드 뱅크 해역은 풍부한 대구 자원 덕분에 ‘끝없는 대구의 바다’로 불리며 세계적인 어장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대구의 중요성은 단순히 지역적 식량 자원에 국한되지 않고 국제 무역과 경제의 중심으로 떠오르게 되었으며, 국가 간 갈등과 경쟁의 핵심 요인이 되었다. 이 시기의 대구 어업은 단순한 생존의 수단을 넘어 국가적 번영과 패권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1223/pimg_7302471164541300.jpg)
7년 전쟁 후 영국과 프랑스 간의 협상에서 대구 어장은 중요한 쟁점으로 떠올랐고, 이는 미국 독립전쟁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뉴잉글랜드의 대구 어업은 자급자족 경제를 형성하며 독립운동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기여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구는 단순한 생선이 아닌 역사적, 정치적 사건의 배경과 촉매제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는 대구 어업이 단순히 경제적 자산이 아닌, 정치적, 사회적 변화를 견인한 주요 자원임을 보여준다. 또한 대구 어업을 둘러싼 갈등과 협력의 역사는 현대 국제 관계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
19세기에 접어들면서 기술 혁신은 대구 어업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 증기 트롤선, 디젤 트롤선, 소나 기술의 도입은 어획량을 급증시켰지만, 이는 대서양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다윈주의자인 T.H. 헉슬리는 19세기 말 "대구는 인간의 노력으로 멸종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이미 1890년대부터 북해에서는 대구 자원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냉동 기술의 발명은 대구의 상업적 수요를 더욱 확대하며 위기를 가속화했다. 이러한 기술 혁신은 어업의 효율성을 높였지만, 동시에 생태계의 불균형을 초래하며 인류가 자연의 한계를 무시한 결과를 보여주는 사례로 작용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1223/pimg_7302471164541302.jpg)
20세기 후반, 뉴펀들랜드 대구 어장이 붕괴하면서 한때 무한하다고 여겨졌던 자원이 상업적으로 생존 불가능한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는 자연의 한계를 무시한 인간의 남획과 탐욕이 초래한 결과로, 대구라는 자원이 인류의 무절제한 소비와 환경 파괴의 상징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이 시기의 붕괴는 대구 어업이 단순히 자연 자원의 소진을 넘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고하게 만든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이를 통해 인간의 책임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쿨란스키는 대구라는 생선의 생태와 어업 역사를 넘어 인간의 왜곡된 자연관의 희생물로서 대구의 운명을 조명한다. 그는 캐나다와 노르웨이의 어업 정책을 비교하며 적절한 관리와 정책을 통해 대구 자원을 보호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진보적 접근이 전 세계적으로 일반화되지 않았음을 지적하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가 점차 악화되고 있음을 경고한다. 그는 자연이 단지 공원의 모습으로만 남게 되는 세상에 대한 비판과 함께, 천 년간 대구를 잡아온 인류가 이제는 이를 멸종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 아이러니를 강조한다. 이러한 서술은 독자로 하여금 인간과 자연의 상호작용을 성찰하게 하며,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감을 환기시킨다.
흥미롭게도 이 책에는 대구 요리법이 곳곳에 삽입되어 있다. 이를 통해 대구가 가난한 이들의 주식에서 고급 미식으로 변모해온 과정을 생생히 보여주며, 대구가 단순한 식량 자원을 넘어 문화적 상징으로 자리 잡았음을 강조한다. 이는 대구가 역사적, 경제적, 생태적 중요성을 넘어 문화적, 사회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장치로 작용한다. 이와 같은 서술 방식은 독자들에게 대구의 다면적 가치를 새롭게 인식시키며, 음식이 단순히 영양 공급 이상의 문화적 의미를 지닐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1223/pimg_7302471164541303.jpg)
이 책은 출간 직후 학계와 대중 모두에게 찬사와 염려의 시선을 동시에 받았다. 평범한 생선에서 시작된 방대한 이야기라는 평을 받으며, 역사와 생태를 넘나드는 서술로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고, 대구가 인류 문명과 문화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탁월하게 보여준다는 극찬을 받았다. 한편 일부 평론가들은 대구를 지나치게 중심화하여 역사적 해석이 단편적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으나, 이는 미시사적 접근의 특성으로 이해될 수 있다. 어쨌든 이 책은 역사, 경제, 생태학을 종합적으로 다룬 학문적 연구의 중요한 참고 자료로 자리 잡았으며, 지속 가능한 환경 정책과 어업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자연의 소중함과 인간의 책임을 다시금 깨닫게 되며, 현대 사회가 직면한 환경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맛있는 대구탕 한 그릇으로 과거를 회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와 미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귀중한 통찰을 제공한다.
#마크쿨란스키 #세계사 #교양서 #주제로보는역사 #대구역사 #최재천추천 #최태성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