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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사에 균열을 낸 결정적 사건들
  • 김형민
  • 18,000원 (10%1,000)
  • 2024-10-08
  • : 888


승자 독식을 뜻하는 ‘Winner takes it all’이라는 표현처럼 인류 역사에서 승자는 전쟁이나 갈등에서 권력을 쥔 세력이었다. 모든 것을 다 가졌기에 이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후세에 전할 자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승자는 국가의 통제권을 가지며 이를 통해 교육, 문서 보관, 미디어 등을 통제하면서 자신들의 업적을 강조하고, 패배자의 시각은 무시하거나 왜곡할 수 있는 힘을 지닌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기록을 남길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권력층에 속해 있었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사건을 기록하고, 불편한 사실이나 패배자의 목소리는 삭제하거나 축소하였다. 역사 기록이 대부분 문자로 남겨졌던 과거에는 특히 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기록을 남길 수 있었기에, 승자의 이야기가 역사로 남는 경우가 많았다.

 

승자는 자신의 정당성을 강화하고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 자신들이 정의롭고 올바른 세력으로 그려지도록 역사를 기록하려 했다. 이를 통해 사회적, 정치적 안정성을 유지하고 자신의 통치를 정당화할 수 있었다. 패배자의 시각은 자신들의 통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의도적으로 배제되거나 왜곡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처럼 승자의 관점에서 기록된 역사에는 종종 중요한 사실이 생략되거나 왜곡되곤 한다. 특히 식민주의나 제국주의 시대에는 정복자들이 피정복 민족의 문화를 억압하거나 지우면서 자신들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역사를 기록했다. 이런 역사는 후대에 걸쳐 그대로 전승되면서 당대의 가치관과 정치적 이익에 부합하도록 재해석되었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패배자의 기록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다양한 사료의 발굴, 기술의 발달, 다각적인 역사 연구를 통해 억압받은 목소리나 패배자의 관점이 조명되면서, 역사를 더욱 공정하고 다층적으로 바라보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보여주는 특별한 한 가지가 있다. 뻔한 승리자의 기록보다는 패배자의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보려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골리앗이라 불리는 절대권력, 거대 악에 맞서 싸운 수많은 다윗의 절대 사소하다고 할 수 없는 이야기라니, 멋지지 않은가?

 

사전적 정의로 'underdog'은 경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낮거나 더 약한 사람 또는 팀을 의미한다. 즉,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이들을 가리키며 종종 예상치 못하게 승리하는 경우로도 사용된다. 보다 확장적으로는 사회, 경제, 정치 분야에서 약자나 불평등한 상황에 부닥친 사람들을 의미하기도 한다. 본래 이 단어는 19세기 영국의 목재 공업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인 1조로 목재를 톱질할 때 한 사람은 나무 위에서, 다른 사람은 나무 아래에서 자르는 작업을 했다. 이때 아래에서 톱질하던 사람을 ‘underdog’이라고 불렀으며, 불리한 위치에서 힘든 일을 맡았다는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이후 이 단어는 점차 스포츠와 경쟁의 맥락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나 팀을 지칭하는 데 사용되기 시작했다.

 

‘산하의 오역’으로 유명한 저자 김형민의 신간 ‘세계사에 균열을 낸 결정적 사건들’은 역사의 흐름을 뒤바꾼 결정적인 사건들을 조명하며, 특히 강력한 권력에 도전한 인물들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의 핵심 주제는 흔히 '다윗과 골리앗'의 구도로 설명될 수 있는, 강자에 맞선 약자들의 이야기다. 김형민은 이러한 약자들을 '언더독(underdog)'이라고 표현하며, 이들이 어떻게 거대한 권력에 맞서 역사를 바꾸었는지에 주목한다.

 

1. 역사적 사건을 통해 보는 '언더독'의 의미

저자는 동서고금 역사 속에서 약자가 강자에 맞서 승리한 사건들을 면밀히 분석한다. 약자들은 단순한 패배자가 아니라 그들만의 지혜와 용기, 상황을 읽는 능력 등을 통해 승리를 끌어낸 다윗들이었다고 강조한다. 사건마다 고유의 배경과 맥락을 제공하면서 독자들에게 다양한 역사적 사건들이 왜 중요한지 설명한다. 예를 들어, 스파르타쿠스의 반란은 단순한 노예들의 저항이 아니라 로마 제국의 정치적, 사회적 균열을 폭로한 사건으로 해석된다. 단지 힘의 싸움이 아니라 지배 체제에 대한 도전이었으며, 이러한 도전이 로마의 권력을 근본적으로 위협했음을 강조한다. 저자는 이러한 접근법으로 독자가 역사 속 사건들을 더욱 심층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2. 다양한 시대와 인물들

책에서 다룬 사건들은 특정한 시대나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고대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시대와 인물들을 포괄한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각 시대의 정치적, 사회적 맥락을 꼼꼼하게 분석하며, 사건들이 단순한 우연이 아닌 필연적 결과임을 논증한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저자가 다루는 인물들의 다양성이다. 예를 들어, 여성 권리 운동가, 반제국주의자, 인권 운동가, 독립투사, 평범한 시민 등 전통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약자와 소수자 인물들이 '언더독'의 전형으로 제시된다. 이를 통해 저자는 역사적 사건들을 단순히 위대한 영웅들의 이야기가 아닌, 시대를 움직인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로 재조명한다.


전체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1장 생존을 위해선 못할 게 없다(전략 편)에서 핀란드의 소련 침공 저지, 베트남 전쟁 등 생존을 위한 전략을 세운 여러 민족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들 사건을 통해 약자가 강자에 맞서 싸운 예를 찾아볼 수 있다.

2장 용기 있는 자만이 역사를 바꾼다(용기 편)에서는 아우슈비츠에 자진 입소한 비톨트 필레츠키와 같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개인의 용기가 역사적 변화를 어떻게 이끌었는지를 보여준다. 그들은 강자에 맞서 싸우며 역사에 중요한 흔적을 남겼다.

3장 한목숨 바쳐 강자에 맞선 약자(결의 편)에서는 대대로 왕권의 보호를 받던 송나라 시씨 가문이 망국의 위기를 맞아 은혜를 갚기 위해 몽골과의 전투에 나섰던 사례 등 약자가 강자에 맞서 어떻게 저항했는지를 다루면서 희생과 투쟁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4장 지혜롭게 대처할 줄 알아야 한다(지혜 편)에서는 칭기스칸이나 메넬리크 2세와 같은 인물들이 역사적 상황에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통해 지혜와 전략이 전쟁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한다.

5장 신념을 지니면 아무도 막을 수 없다(신념 편)에서는 나치에 저항한 유대인 축구 선수들의 이야기를 통해 개인의 신념이 어떻게 역사의 물줄기를 바꿀 수 있는지를 강조한다. 그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신념을 지켰다.

 

3. '언더독'의 전략과 특징

이 책이 흥미로운 점은 단순히 약자가 강자를 이긴 사건들을 나열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언더독'들이 보여준 공통적인 특징을 분석하는 데에 있다. 저자는 이들이 단순히 물리적인 힘에서는 약했을지 몰라도 심리적, 전략적 측면에서는 결코 약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히틀러를 암살하기 위해 집회 건물의 기둥 속을 파서 폭약을 설치한 평범한 농부처럼, 약자들은 종종 예상치 못한 전략을 사용하거나 그들의 작은 힘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고안해냈으며 이러한 전략적 사고는 전쟁, 정치, 혁명 등 여러 분야에서 공통으로 나타난다. 저자는 이와 같은 사례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며, 독자들에게 '언더독'의 힘이 단지 우연이나 운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약자들이 자신의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그에 맞는 결정을 내렸는지를 깊이 있게 파헤침으로써 '언더독'들이 왜 역사를 바꿀 수 있었는지를 알려준다.

 

4. 역사적 맥락 속에서의 현대적 통찰

이 책은 단순히 과거의 사건들을 다루는 데서 그치지 않고, 오늘날의 독자들에게도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약자들이 보여준 전략적 사고와 용기는 오늘날의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며, 많은 사람이 직면한 불평등과 권력 구조에 대한 문제를 재고하기에 충분하다. 이를 통해 독자는 역사적 사건들을 단순한 과거의 일이 아닌, 현재에도 적용될 수 있는 교훈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언더독'의 개념은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점을 강조하며 약자의 역할이 단지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역설한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자 높이 평가하고 싶은 것은, 저자가 여전히 진행형인 역사의 흐름 속에 서 있는 우리의 현 상황과 위치를 끊임없이 상기하며 주지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잊어서는 안 될 것이 바로 우리의 ‘현재’이며 이는 곧 과거와 미래의 연결지점이라는 시각이다.

 

5. 결론: 역사에서 배우는 약자의 힘

이 책은 역사를 바꾼 중요한 사건들을 흥미롭게 풀어내며, 약자들이 어떻게 거대한 권력에 맞서 싸웠는지를 세밀하게 분석한다. 저자는 각 사건의 배경과 맥락을 꼼꼼히 설명하며, 독자들이 역사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단순히 과거의 사건들을 나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도도히 흐르는 강물처럼 끊임없는 인류의 의지와 도전을 강조한다. 저자는 각 사건이 단순한 역사적 사실을 넘어 인류의 생존 본능과 가치관의 변화를 나타낸다고 본다. 또한, 인물의 선택과 행동이 어떻게 역사적 흐름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이 책을 통해 역사 속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언더독'들의 힘을 새롭게 조명하면서, 자기 가족의 안위를 위해 국민의 안위를 미끼로 전쟁까지 저울질하는 함량 미달의 국가 지도자와 그들을 옹호하는 세력 덕분에 언더독이 되어야 할 처지에 놓인 수많은 독자께서 역사를 움직이는 진정한 힘은 어디서 비롯되는지 깊은 통찰을 얻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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