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jyooster님의 서재
  • 쫓겨난 사람들
  • 매튜 데스몬드
  • 22,500원 (10%1,250)
  • 2016-12-06
  • : 1,367

이 책은 현대 미국 사회에서 주거 불안정과 빈곤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탐구한 사회학적 논문이자 심도 있는 다큐멘터리이다. 2016년 퓰리처상을 수상했으며 미국 위스콘신 주 밀워키의 저소득층 주거 지역을 배경으로, 주거 환경이 가난한 사람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여러모로 조명한다. 책은 여덟 명 주인공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되며 이들은 모두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집을 잃거나 임대료를 내기 어려워 퇴거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각기 다른 사연을 갖고 있으며 공통적으로 부당한 주거 환경에서 고통받는다. 이 책은 단순히 빈곤 문제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퇴거의 원인과 결과 그리고 이를 둘러싼 복잡한 경제적, 사회적 구조를 자세히 분석한다.

 

현장에서의 연구를 기반으로 한 이 책은 놀라운 통찰력과 분석력을 보여준다. 미국의 퇴거 문화는 번성하는 주택임대 산업을 지탱하는 기초이며 정확한 금액까지 해부된다. 저자는 자신이 연구하는 동안 빈곤선 이하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불안정한 생활을 은밀하게 그려낸다. 이 잘 알려지지 않은 세상에 대한 조사는 녹음기의 도움을 받아 이루어졌으며, 현대 미국 빈곤에 대한 가장 개인적이고 완성도 높은 탐구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절망에 빠지고 마약에 중독된 빈곤한 사람들과 이들의 삶을 형성하는 '집주인'이 좌지우지하는 위험하고 불안정한 사회적 환경, 즉 집이라 불리는 공간을 목격하게 된다.

 

저자는 독자에게 각 개인의 삶에 깊숙이 들어가게 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세밀하게 그려낸다. 사회복지 시스템의 결함과 임대 시장의 잔혹함을 보여주며, 독자들은 주인공들이 겪는 현실을 통해 미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특히, 주거 문제는 단순한 경제적 어려움이 아니라 삶의 모든 영역에 걸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연구는 마치 소설처럼 부드럽게 읽히도록 자연스럽게 서술되었고, 퇴거 현장이 사람들의 삶 속에 잘 녹아있어 정보가 더 쉽게 흡수된다. 대화체 위주의 표현으로 건조하고 지루한 사실로 가득한 교과서처럼 읽히지 않도록 했다. 저자가 연대기적으로 다룬 퇴거민의 삶은 인류가 실패와 생존을 반복하며 극복해온 과정과 다르지 않으며, 역설적으로 이들 ‘실패한 자들’의 공동체에서 위안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다. 동시에 빈곤층을 착취하고 그들을 소모품처럼 대하며 날로 번창하는 빈민가 주택 임대 산업의 민낯을 드러낸다.

 

저자는 공정 주택법이 제정되었던 민권 운동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며 진실을 해부한다. 때로 감동적이자 감성에 호소하는 이 책은 미국의 얼굴을 비추는 반짝이는 거울과 같다. 퇴거 과정, 아니 퇴거 문화는 범죄와 퇴거가 놀라운 빈도로 서로를 이끌며 공동체에 파급 효과를 미치는 악순환이자 제도적으로 빈곤층을 착취하는 수단임을 보여준다. 또한 퇴거가 범죄로 이어지며 범죄의 온상이 되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이 책의 주요 주제 중 하나는 ‘주거 불안정이 빈곤을 어떻게 악화시키는지’에 대한 문제다. 퇴거는 단순히 집을 잃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이 계속해서 빈곤의 악순환에 갇히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임을 드러낸다. 집을 잃으면 직업을 유지하기 어렵고 아이들의 교육이 방해받으며 정신적 스트레스와 불안정이 심화된다. 저자는 퇴거가 빈곤의 결과일 뿐만 아니라 원인임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또한 ‘이익의 문제’도 이 책의 중요한 주제다. 임대주들이 저소득층 주민들에게서 이익을 착취하는 구조를 가감없이 드러낸다. 임대주와 임차인 간의 불균형한 권력관계는 가난한 사람들이 더욱 소외되고, 불공정한 대우를 받을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단순한 개인의 도덕적 실패가 아니라 체계적인 문제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 책은 사회학적 연구에 근거한 논문이지만, 저자는 전문적인 사회학 용어에 갇히지 않고 이야기 방식으로 독자에게 다가간다. 현장 연구에 기반한 생생한 인터뷰와 경험을 통해 밀도 있는 감정적 연결을 형성한다. 저자는 밀워키에서 직접 현장 연구를 수행하며 1년 이상 주인공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했다. 이 과정을 통해 임상적 연구나 통계적 분석을 넘어 퇴거인들과의 인간적 공감과 깊은 이해를 이끌어낸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빈곤과 주거 불안정의 복잡한 문제를 성공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저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순한 정책 변화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주거 지원 정책의 확대와 더불어, 임대 시장의 구조적인 변화를 통해서만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는 이 책이 너무 감정적인 면에 치우쳐서 보다 넓은 경제적·정치적 맥락에서 문제를 다루는 데 한계를 보이기도 한다. 구체적인 해결책보다는 문제 제기에 집중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청사진은 부족해 보인다. 일개 사회학자가 온전한 사회 정책의 실현을 주도하기는 어렵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처음 이 책의 제목과 소개 글을 읽었을 때 강렬한 흥미를 느꼈고, 결과는 실망스럽지 않았다. 이 책은 비록 초현실적으로 생생하게 묘사되지는 않지만, 한 번 손에 쥐면 몰입해서 읽게 된다. 빈곤선에서 사는 사람들이 겪는 정신적, 감정적 고통은 가까운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잠시나마 위로를 받으며, 그들의 고통 뒤에 숨은 통계를 설명하는 연구에서는 간간이 위안을 찾을 수 있다. 이것은 이 책의 핵심일 뿐만 아니라, 독자에게 지적인 이익을 주는 요인이다. 일상에서 퇴거의 고난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사람들은 모든 도시에 존재하는 상상의 선, 즉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선을 넘게 될 것이다. 혹시라도 한 번쯤은 넘나들 가능성이 있는 선이기에,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이 책을 집어 들고 채비하시길 바란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