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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ooster님의 서재
  • 사물의 표면 아래
  • 웨이드 데이비스
  • 17,100원 (10%950)
  • 2024-06-28
  • : 1,048

저자 Wade Davis는 1953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밴쿠버에서 태어난 칠순의 노학자이자 인류학자, 민속학자, 저자, 그리고 사진작가다. 그의 연구와 저술은 주로 원주민 문화, 식물학, 그리고 샤머니즘에 집중되어 있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생물학 및 인류학을 전공하여 학사 학위를 받았으며, 이후 생물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남미 아마존 지역에서 코카 식물의 의약적 사회적 역할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저술로는 그의 지도교수였던 리처드 에반스 슐츠와 남미의 원주민 문화를 탐구한 "One River" (1996), 원주민의 지식과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잃어버린 원주민의 지혜를 재발견할 것을 주장한 "The Wayfinders" (2009)가 있다. 또한 그는 전 세계 다양한 원주민 문화의 전통, 의식, 그리고 지혜를 문서화하는데 크게 이바지하였으며 특히 원주민의 전통적 지식이 현대 과학과 사회에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강조하며, 이를 보존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의 탐험과 연구 과정에서 찍은 다양한 사진을 통해 시각적으로도 원주민 문화를 기록하였으며 유수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강의와 대중 강연을 통해 그의 연구와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요즘처럼 정보의 진실 여부가 아니라 인기도에 따라 평가되는 인공지능 검색의 시대에 이런 종류의 의미심장한 책은 폭넓고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기존의 통념을 버리고 인류학적 렌즈를 통해 수면 아래를 들여다보자고 한다. 그는 자신의 지적 호기심을 따라 다양한 문화적, 역사적 관점을 통해 우리 시대의 난해한 문제들을 함께 탐구해 보자고 독자를 초대한다. 여기에는 세계 여러 국가의 맏형 노릇을 자처했던 미국의 건국 과정부터 오늘날 허물어지고 있는 민낯, 에베레스트 등정의 역사, 코카 잎과 그에 얽힌 마약과의 전쟁 이야기, 전 세계인이 걱정하는 기후 변화 등이 포함된다. 그 결과 깊고 차가운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가 숨을 헐떡이며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만큼이나 짜릿한 에세이 모음집이 탄생했다. 13개의 챕터로 구성된 이 책은 대학 1학년 교양 인류학 오리엔테이션 수업에 딱 맞을 것 같다. 집단 토론 형식으로 진행하여 일주일에 에세이 한 편씩 한 학기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

 

사실 이 책을 꼭 읽어야 할 독자들은 역사의식과 시대적 개념이 없다고 늘 비난받는 정치인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실제로 일어난 일에 관하여 서술하고 있지만, 교묘한 노력으로 교과 과정에서 잊히거나 삭제되었거나 수정주의자들에 의해 왜곡된 사건을 다루고 있다. 동시에 역사의 뒤안길에 가려졌던 사소하면서도 충격적인 비화를 알게 되는 재미를 준다. 각 에세이를 깊이 있게 파고들 기회도 많겠지만 큰 그림을 유지하면서 상당히 빠르게 읽을 수 있을 만큼 가볍기도 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을 굳이 지적하자면 책 뒷부분에 참고 자료와 기타 추천 읽을거리에 대한 구역이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 예를 들어, 맬컴 엑스의 자서전을 언급한 경우처럼 각각의 에세이를 한 권의 책으로 확장 서술해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혹자는 일개 인류학자가 시사 문제에 대해 논평하는 데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느냐 물을 수 있겠다. 그러나 사실은 꽤 큰 의미가 있다. 만일 역사상 문명과 문화의 흥망성쇠를 연구하는 것이 독자의 직업이라면 오늘날의 도전적인 상황에 대해 할 말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웬만한 문화평론가나 역사학자보다 더 박식한 저자는 지성, 사고력, 솔직함을 무기로 누구보다 할 말이 많아 보인다. 오늘날 신문의 머리기사 이면에 숨겨진 길고 어려운 역사에 대해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들어볼 가치가 충분하다. 그의 글에서 불쾌감을 느끼거나 도전 의식을 느낀다면 이 책에 담긴 내용이 제대로 피부에 와닿은 것이다. 특히 역사와 정치 분야에 대해 신랄한 그의 목소리가 들린다면 더욱 그렇다. 그러므로 이렇게 촘촘히 연구하고 잘 서술된 아이디어와 고견을 빼놓아서는 안 된다. 우리는 때때로 자기 의견과 결을 달리하는 도전이 필요한 법이다. 이 책을 읽고 안전지대를 벗어날 준비가 되었다면 나름 그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저자는 학자인 동시에 헤밍웨이가 말한 것처럼 세상이 들어야 할 말을 하는 뛰어난 작가이기도 하다. 식민주의에서 탄생한 인류학은 우리가 세상을 보고 이해하는 다양한 렌즈 가운데 하나이다. 그는 미국의 인종차별, 성지산, 제1차 세계대전, 신성한 인도에 이르기까지 역사를 되짚어보며 사물의 표면 아래를 능숙하게 탐험하여 우리의 문화적 서사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찾도록 조명하고 도발적으로 요구한다. 우리가 한 종으로서 살아남으려면 우리 자신과 우리가 자신에게 전하는 이야기, 신화, 역사를 이해해야 한다. 밈의 시대, 단순화가 위험한 시대에 우리가 이야기를 바꾸고 한 종으로서 진화하기 위해 이해해야 할 문화적 복잡성을 이보다 더 깊이 있게 보여주는 작가는 없어 보인다.

 

만일 독자가 아무리 끔찍한 상황에서도 긍정적이고 의연하게 대처한다면 모든 것이 결국에는 잘 풀릴 것이라고 믿는 편이라면, 이 책은 읽기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 대다수가 경험하지 못한 방식으로 세계와 그 안의 사람들을 여행하고 경험한 저자는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사물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날카로운 그의 관찰은 우울했던 코로나 시절 우리가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던 사람들을 애써 위로하지 않는다. 오늘날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과거의 사고와 행동 방식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저자는 단 하나의 절대적인 진실을 알고 있다고 주장하거나 판단하지 않고 이러한 현실에 눈을 뜨게 한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독자에게 사물의 표면 아래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통찰을 제시하는 저자의 초대에 응해보자. 우리 후손들을 위해 어떤 종류의 세상과 정원을 심고 가꾸고 싶은지 성찰하고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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