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리더는 언제 차이를 만들어내는가
슈왈로어테일 2026/09/26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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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레드 다이아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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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0) - 2026-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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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시기, 적절한 장소, 그 자리에 서 있던 적절한 사람.
책을 덮고 남는 문장은 이 한 줄이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영웅을 만들려 하지 않고, 영웅이 없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그가 묻는 것은 더 불편한 쪽이다. 그 사람이 없었으면 세상은 정말 달라졌을까?
중도적 관점은 리더가 차이를 만들어내는가? 라는 YES OR NO 질문을 거부한다. 보편 해답도 미리 두지 않는다.
진짜 질문은 어떤 상황에서 리더가 차이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가장 높은가가 된다. 페이스북 이전과 전후에 소셜미디어를 시도한 창업자는 저커버그만이 아니었다. 그가 없었다면 소셜미디어 자체가 없었을 것이라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다만 그 형태와 속도와 습관은 달라졌을 수 있다. 차이를 만든 것과 유일한 원인이 된 것은 다른 층이다.
이 층을 가르기 위해 책은 세 도구를 꺼내 든다. 햄릿 테스트는 대체 가능성의 시험이다. 셰익스피어가 젊어 죽었다면 동시대 극작가는 햄릿을 썼겠는가? 쓰지 못했다면 그 인물은 통과다. 썼을 법하면 그는 뛰어났을지언정 역사의 단독 원인으로 올리기 어렵다.
자연실험은 실험실이 없는 역사를 비교로 다루는 방법이다. 암살된 지도자와 병으로 죽은 지도자, 경질된 감독과 남은 감독, 교체된 최고경영자와 유임된 최고경영자를 비슷한 조건끼리 붙여 본다. 한 사람의 전기만 읽으면 그 사람이 전부처럼 보이지만, 비슷한 사건을 여러 건 겹치면 개인과 환경이 분리되기 시작한다. 분산분석은 그 분리를 숫자로 확인한다. 회사 실적의 변동을 경영자, 그 회사의 체질, 산업, 그해의 경기로 나누면 한 사람의 몫은 생각보다 크고, 동시에 생각보다 작다. 평균 30% 전후의 경영자 효과는 무시할 수 없지만, 나머지를 전부 그 사람의 인품으로 읽는 습관은 과장이다.
세 도구가 가리키는 지점은 같다. 능력만으로 설명이 끝나지 않는다. 유명한 성공은 공교롭게도 그 사람이 그때 그곳에 있었다는 사실과 자주 겹친다. 보츠와나의 세레체 카마가 강한 사례인 이유도 여기 있다. 독립 직후의 빈약한 나라, 아직 굳지 않은 제도, 최대 부족 족장이라는 위치, 다이아몬드라는 자원이 한꺼번에 열렸다. 같은 성품의 사람이 다른 시대의 다른 자리에 앉았다면 그 성품은 미처 나라를 바꾸지 못했을 수 있다. 창립자가 후임 37 대 경영자보다 실적(성과)를 찍기 쉬운 이유, 재량권이 큰 독재자의 죽음이 민주 국가 지도자의 죽음보다 충격을 크게 남기는 이유도 같은 문법이다.
문이 열려 있을 때 손끝이 남고, 문이 닫힌 뒤에는 손끝이 예절이 된다.
읽다 보면 결론이 타이밍으로 수렴한다. 저자 본인도 인간 활동의 여러 영역에서 타이밍의 중요성이 반복된다고 말한다. 다만 타이밍을 운명의 다른 이름으로만 읽으면 책이 얇아진다. 저자가 말하는 타이밍은 달력의 행운이 아니라 재량과 대안과 설득이 겹치는 짧은 창이다. 실행할 권한이 있어야 하고, 고를 수 있는 현실적 선택지가 있어야 하고, 사람들이 처음부터 원하지 않던 일을 받아들이게 이끌 수 있어야 한다. 그 세 조건이 동시에 서는 순간이 적절한 시기다. 장소는 그 조건이 작동하는 제도의 바닥이다. 사람은 그 바닥에 설 준비다.
여기서 독자의 질문이 따라온다. 적절한 시기와 적절한 장소에 내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기회는 그냥 스치는가? 운 좋게 붙잡아도 실패의 형태만 받아 적게 되는가? 책은 위로의 처세술을 주지 않는다. 대신 두 방향으로 답을 가른다. 문이 닫힌 자리에서는 재능도 공회전한다. 이미 규칙이 굳고 대안이 없고 설득의 여지가 없는 조직에서 한 사람이 역사를 뒤집기를 바라는 것은 자기 학대에 가깝다. 반대로 문이 열린 자리에서는 준비가 타이밍을 알아보는 눈이 된다. 1975년 마이크로컴퓨터의 표지를 본 사람이 여럿이었으나, 그 표지를 사업의 문으로 읽은 사람은 적었다. 타이밍은 밖에서 오지만, 그 타이밍을 기회로 번역하는 일은 안에서 일어난다. 준비되지 않은 사람은 기회를 놓친다. 준비된 사람도 실패할 수 있다. 다만 후자의 실패는 다음 창을 알아볼 잔여 감각을 남긴다.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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