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akadden님의 서재
  • 주사위는 던져지지 않았다
  • 에릭 제무르
  • 15,300원 (10%850)
  • 2026-03-09
  • : 680
아이들의 목숨보다 소중한 문명은 어디에도 없다.

에릭 제무르라는 작가는 이번 책에서 서구 문명이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하며 유대 기독교적 가치를 다시 일으세워야 한다고 열변을 토합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문명 수호라는 거창한 구호 뒤에는 너무나 차갑고 비인간적인 논리가 숨어 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이 작가가 과연 지식인으로서의 양심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장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그가 전쟁을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작가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이란의 충돌을 문명 간의 전쟁으로 규정하며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을 적극적으로 옹호합니다. 하지만 이 전쟁으로 인해 무고한 아이들이 1500명 넘게 죽어갔다는 소식은 우리 가슴을 무너뜨립니다. 제무르는 이를 문명을 지키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차적인 피해라고 치부하지만 과연 아이들의 생명보다 소중한 문명이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을까요. 어린 생명들을 학살하는 전쟁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범죄일 뿐입니다.

제무르의 주장을 들여다보면 그는 사실상 지식인이 아니라 특정 국가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나팔수처럼 보입니다. 이스라엘이 과거에 커다란 아픔을 겪었던 민족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과거의 상처가 오늘날 다른 민족의 아이들을 죽여도 된다는 살인 면허를 부여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누구에게도 생명을 마음대로 앗아갈 권리는 없으며 과거의 피해자가 현재의 가해자가 되는 것을 묵인해서도 안 됩니다.

또한 이 책은 현대 유럽 지식인 사회의 비겁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입으로는 인권과 보편적 가치를 외치면서도 정작 눈앞에서 벌어지는 비극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강대국의 논리에 편승하는 모습은 참담하기까지 합니다. 행동하지 않는 지식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지금 유럽의 지식인들은 책무를 다하지 못한 채 멍청하고 비겁한 방관자로 남기를 선택한 듯합니다.

에릭 제무르가 주장하는 문명의 부흥은 생명에 대한 경외심이 빠진 껍데기에 불과합니다. 아이들이 희생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문명이라면 그런 문명은 차라리 사라지는 것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말뿐인 지식인의 논리에 속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문명이라는 이름의 폭력이 아니라 고통받는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구체적인 행동과 인류애입니다. 제무르의 논리는 틀렸으며 우리는 이 잔인한 전쟁과 비겁한 침묵에 단호히 반대해야 합니다.

잘읽었습니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