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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adden님의 서재
  • 와인잔에 담긴 인문학
  • 황헌
  • 22,320원 (10%1,240)
  • 2020-12-25
  • : 1,187
관심은 가는데 가치판단과 가격 정보가 없다면.

평소 와인 코너에 서면 참 막막할 때가 많다.
수많은 종류에 한 번 압도당하고 도무지 알 수 없는 이름과 복잡한 뒷라벨에 당황하게 됩니다. 적정 가격이 얼마인지 가늠이 안 되어 결국 누군가의 추천이나 세일 품목을 집어 들게 되는 경험은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일입니다.
주식으로 치면 기업의 내재 가치를 모른 채 남들이 좋다는 소문에 따라가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황헌 작가의 와인잔에 담긴 인문학은 아주 든든한 가이드북이 되어줍니다. 저자는 34년 동안 언론인으로 살며 서양 철학과 역사 그리고 세계 곳곳을 누빈 여행가입니다. 그는 단순히 와인의 맛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이 평생 쌓아온 인문학적 자산을 와인 한 잔 속에 조화롭게 버무려냈습니다.
책의 초반부인 와인의 인문학 편을 읽다 보면 아비뇽 유수나 백년 전쟁 같은 굵직한 유럽 역사가 와인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게 됩니다. 철학과 문학 그리고 역사의 조각들이 포도주라는 매개체와 결합하는 과정은 마치 복잡한 시장의 흐름을 읽어내는 투자자의 시각처럼 흥미롭습니다. 저자가 유럽과 북미 그리고 남아공까지 직접 발로 뛰며 얻은 경험담은 글에 생생한 생명력을 더해줍니다.

이 책의 큰 장점은 경험 지식이 가득하다는 것입니다.
궁금했던 라벨 읽는 법부터 코르크 마개의 역할 그리고 나라마다 다르게 불리는 스파클링 와인의 이름까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스파클링 와인을 즐기는 편인데, 내가 좋아하는 이 탄산거품이 있는 술이 프랑스에서는 샴페인이나 크레망으로 이탈리아에서는 스푸만테, 스페인의 카바로 불린다는 사실을 알아가는 과정이 꽤나 즐거웠다.

2부에서는 주요 포도 품종 16여 종을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모든 품종을 다 알 필요 없이 핵심적인 것들만 골라 그 역사와 특징을 설명해 주니 마치 우량주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듯 와인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저자의 개인적인 인연과 경험담이 섞여 있어 딱딱한 이론서가 아니라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를 듣는 기분이 듭니다.

이 책을 덮고 나니 조금은 와인 매장을 향하는 발걸음이 이전과는 확연히 가벼워지는 기분이 듭니다. 더 이상 긴 이름에 혼란스러워하거나 정보의 무지에 당황하지 않아도 됩니다.
인문학이라는 든든한 배경지식을 갖췄으니 이제는 나만의 주관을 가지고 와인 리스트를 훑어볼 수 있게 용기를 얻은 것 같다. 이제 와인 매장의 문을 당당히 열고 일단 할수 있는 일은 개인적인 경험의 축적의 길 밖에 없다.
마쉬서 기억하고 나에게 맞는 와인을 찾고 마신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원하는 한 잔을 직접 골라보시길 바랍니다.

잘읽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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