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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adden님의 서재
  • 인간 없는 전쟁
  • 최재운
  • 17,820원 (10%990)
  • 2026-01-05
  • : 3,550
파티가 끝난 전장, 앤더가 된 인류 : 『인간 없는 전쟁』을 읽고

“우리가 투자하는 미래 기술이 인류의 책임감을 추월할 때,
그 파티의 끝은 어떤 모습일까?”
AI기업과 반도체 기업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일은 즐거운 파티와 같았다. 하지만 최재운의 『인간 없는 전쟁』을 덮으며 나는 영화 『앤더스 게임』의 서늘한 결말을 떠올렸다.

시뮬레이션의 함정: 전쟁의 게임화
영화 속 주인공 앤더는 자신이 지휘하는 것이 실제 군인들의 목숨이 걸린 실전인 줄 모른 채, 단지 ‘난이도 높은 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해 극단적인 자폭 작전을 선택한다. 시뮬레이션이라는 착각이 도덕적 가책을 지워버린 것이다.
최재운 작가가 경고하는 AI 전쟁의 본질이 바로 이 지점에 있다. 현대의 전술 드론과 자율형 무기 체계는 지휘관과 전장 사이의 물리적·심리적 거리를 무한히 넓힌다. 모니터 너머의 생명이 ‘데이터’와 ‘픽셀’로 치환될 때, 전쟁은 인류의 통제를 벗어난 정교한 알고리즘 게임이 된다.

마스터 컨트롤러: 이세돌의 복기와 AI의 지능
이세돌 기사는 한 번 둔 바둑을 완벽하게 기억하며 복기한다.
판 전체의 흐름을 읽고 맥락을 장악하는 그의 초인지 능력은 경이롭다. 미래의 전쟁 또한 이와 유사한 형태가 될지도 모른다. 수천 명의 보병 대신, 이세돌과 같은 전략적 직관을 가진 소수의 ‘마스터 컨트롤러’가 AI라는 바둑돌을 조종하는 시대 말이다.
HBM 반도체와 엔비디아의 GPU는 바로 이 바둑판을 구현하고 바둑돌의 지능을 높이는 핵심 동력이다. 인류는 결국 효율적인 답을 찾기 위해 이 기술들을 전장에 적극적으로 투입할 것이며, 하나의 지휘 공간에서 하나의 책임자가 모든 결정을 내리는 ‘효율의 극치’를 추구할 것이다.

책임의 간극: 복기할 수 없는 생명
하지만 바둑과 전쟁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이세돌 기사의 바둑판 위에서 사라진 돌은 다시 놓으며 복기할 수 있지만, AI 기계가 앗아간 생명은 복기할 수 없다.
작가는 묻는다. 기술이 인류의 책임감을 추월했을 때 발생하는 그 거대한 ‘공백’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알고리즘이 내린 살상 결정에 대해 프로그래머도, 지휘관도 “내 책임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인류는 스스로 만든 기술의 노예가 된다. 이것이 바로 기술의 풍요라는 파티가 끝난 뒤 우리가 마주하게 될 가장 참혹한 리스크다.

나의시선에서 본 기술의 무게
빅테크 종목들의 화려한 숫자에 매몰되기보다, 그 숫자가 만드는 기술의 종착지가 어디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인간 없는 전쟁』은 AI가 가져올 장밋빛 미래 대신, 그 그림자 속에 가려진 ‘비인간적인 차가움’을 직시하게 한다.
앤더가 승리 후 자신이 저지른 일을 깨닫고 절규했듯, 인류가 기술의 효율성에만 취해 ‘책임’이라는 브레이크를 놓쳐버린다면 그 파티의 끝은 파멸일 수밖에 없다. 기술을 통제하는 것은 결국 알고리즘이 아니라, 인간의 흔들리지 않는 윤리적 좌표여야 한다.

잘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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