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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리스마스 타일
  • 김금희
  • 13,500원 (10%750)
  • 2022-11-25
  • : 7,066

작년 겨울, 김금희 작가님의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를 읽었다. 그 중 <크리스마스에는> 속 지민과 현우, 옥주를 처음 만났고 그들의 내일이 궁금했지만 단편 소설의 매력이라고 여기며 어딘가에서 모두가 끊김 없이 호흡하기만을 바랐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재회하게 되다니!

나는 유독 크리스마스를 좋아하는데, 극적으로 행복해지는 분위기보다는 보통의 날들과 다른 특별함에 그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어떤 방향으로든, 아주 작은 기적이 찾아오는 날이라는 생각이 든다. 


#은하의밤

- 어른들에게는 그렇게 까마득한 소독 속으로 굴러떨어져야 겨우 나를 지킬 수 있는 순간이 찾아 온다는 것. 그런 구덩이 안에서 저 혼자 구르고 싸우고 힐난하고 항변하며 망가진 자기 인생을 수습하려 애쓰다보면 그를 지켜보는 건 머리 위의 작은 밤하늘뿐이라는 것.


#데이이브닝나이트

- 세상에는 끝내 해명되지 않는 장면들이 있다.

- 그중 기억에 남는 말은 "너무 상한 사람 곁에는 있지 말라"는 것이었다. 꿈을 잃지 마라, 거짓말 하지 않는 사람이 돼라, 근면하라처럼 흔한 당부가 아니라서 인생의 아주 비밀스러운 경계를 품은 듯 느껴졌다.


#월계동옥주

- 잃어버린 사람들은 다른 사람으로 채울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자 비로소 상실은 견딜 만해졌다.


#하바나눈사람클럽

- "인간이 하늘한테 받은 몇 안 되는 선물이 망각인데, 그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데. 그 덕분에 지나고 나면 어쨋든 견딜 만해지잖아요, 얼마나 다행이야."


소설을 읽다보면 내가 알지 못하는 누군가를 이토록 지지하고 응원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저마다의 색깔이 탁하게 물들어 있는 사연들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러나 분명하게 빠져들어 있다. 작가는 이 작품집을 쓸 때 '마음속 가장 깊은 그늘과 가장 환한 빛을 동시에 통과하는 기분이었다'고 한다. 빛나는 그날이 가장 잘 느껴지는 말이 아닐까 싶다. 잃고 싶지 않은 것들 잃지 않고 지켜내며 평안한 연말이 되면 좋겠다.


"긴긴 밤을 지나 걸어오면 12월이라는 기착지에 멈춰서게 되고, 그것을 축복하듯 내리는 하늘 높은 곳의 흰 눈을 만나면 비로소 아득해지기도 한다고. 그렇게 우리가 아득하게 삶을 관조해낼 때 소란스러운 소동 너머에 있는 진짜 잚을 만지게 되는 것일지 모른다고. 우리에게 겨울이, 크리스마스가 있는 이유는 바로 그렇게 무엇이, 어떤 사람이, 어떤 시간이 진짜인가를 생각해보기 위해서일 것이다."


* <크리스마스 타일> 가제본 서평단 활동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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