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오후 귀가한 할아버지는 아침에 두고 간 식사가 그대로 있는 문앞에서 한참을 지우야, 지우야, 불렀다고 했다. 지우가 내내 했던 말 때문이었다.내가 대답이 없어도 절대 들어오면 안 돼.자고 있거나 음악을 듣고 있을 수도 있잖아.할아버지는 이 병에 걸리면 너무 위험해. 그러다 할아버지는 불현듯 현관으로 돌아가 보았다. (-13-)
맞는 말이었다. 어차피 모든 세입자는 임대인의 남는 방, 남는 집에 사는 거였다. 안방과 서재도 있고 화장실도 두 개나 된다면 남는 집이든 창고든 무슨 상관이겠어. 소희는 생각했다. 연호라도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맞는 말을 해서 다행이라고. 연호가 놀리듯이 말을 걸었다. (-63-)
저는 들어가도 되죠?
선생님은 저분을 뵌 적 없으신 거 맞습니까?
순경이 여자에게 확인했다.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204호로 들어가 버렸다. 집주인 아을이라는 사람은 여전히 나를 미심쩍어 하는 표정으로 흘긋대면서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냈다. 스마트폰 액정을 두드리는 소리만 나는 중에 순경이 다시 물었다. (-87-)
은희는 눈을 천천히 깜빡였다. 지영은 대답을 듣지 않고 돌아서서 골목을 빠져나왔다. 택시를 타고 그 골목 앞에 다시 지날 때 주 선배를 두고 혼자 걸어가는 은희가 창밖으로 스쳐 지나갔다. 며칠 뒤 주 선배가 찾아와 테니스공을 담은 보관함 두 개를 주고 갔다. (-126-)
다음 날 아내가 새를 키우기 싫으냐고 물었을 대 당신이 원한다면 키워도 좋다고 대답했다. 내가 원해서 키우는 게 아니라 당신도 원해야 키우는 거야. 아내는 그렇게 말했는데 나는 정말로 원한다고 말했다. 내가 집에 없는 시간에 아내가 뭔가를 하길 바랐고 그게 새를 키우는 일이어도 상관없을 것 같았다. 그녀가 울지 않게 되고 예전처럼 나를 어디론가 데리고 간다면...(-156-)
소설 『옆사람』은 980년대 1990년대 방영했던 MBC 드라마 한지붕 세가족을 기억나게 해주었다. 그 드라마에는 골옥을 사이에 두고 세 집이 옹기종기 모여사는 정이 넘치는 이웃사촌을 느끼게 한다. 귀여운 순돌이의 모습은 그 드라마를 돋보이게 했다. 아파트촌이 아닌 단독주택이 많았던 도시의 삶,이웃사촌츼 삶을 엿볼 수 있었다.이제 이웃사촌이라는 단어가 낯설게 느껴진다. 차라리 옆사람이 더 익숙했다.
작가 고수경은 이 소설 『옆사람』에서 여덟편의 단편소설에서,우리의 일상의 변화에 대해서,그 안에 숨어있는 옆사람을 향한 불안과 의심, 그리고 호기심에 대해서 놓치지 않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사회적 거리를 두는 현실 속에서,단편소설『새싹 보호법』을 완성햇는지 독특함이 느껴졌다.
철학적이면서, 우리는 이 소설 속 이야기가 평범한 일상 속에 나타날 개연성이 있다는 걸 놓치지 않는다. 그건 내 집인데도, 그 집에 들어갔을 때대,타인이 의심할 수 있다는 사실, 나와 타인에 대해서,서로 모르는 사이였을 때 발생하는 에피소드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세입자,인대인으로 살아간다. 건물을 짓고,그 집에서, 나를 보호하며 살아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한 집 안에 방이 여러 개 있을 때,그 방에 대해서, 출입금지라는 규칙을 정할 수 있다.어던 방에 들어가도 되는, 허용되었을 때의 기분과 들어갈 수 없는, 금지되었을 때의 기분은 다르다.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 은게 인간의 마음이다. 작가는 단편소설 '다른 방'에서 인간의 내면 속 비밀을 감추려는 심리와 그 비밀을 열고 싶은 심리,인간의 이중성을 놓치지 않고 있다.그것이 이 소설의 매력이며,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옆사람을 몰래 훔쳐보는 우리들의 일상을 잃어버리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