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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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호는 천 년 묵은 여우다. 만호는 죽은 뒤 다시 사람을 태어나기 위해 대기 중인 이들을 찾아가 사람이 될 가능성을 팔라고 한다.그 사람이 새로 시작될 생을 사는 것이다. 천명의 생을 사면 만호는 영원히 죽지 않는 불사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8-)
"그게 잘못한 일이라고 단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 그 일로 반성을 해야 한다면 차라리 벌을 받겠습니다. 그리고 자존심을 먼저 상하게 한 건 그 사람이었습니다. 어른의 자존심만 중요하고 아이의 자존심은 중요하지 않다면 할말이 없습니다."(-56-)
마음이 복잡했다. 괜히 설이를 찾아 나선 것은 아닐까. 설이를 내 기억 속에 간직하고 순리대로 따라가는 게 낮지 않았을까>마음속에 간직했던 설이 모습을 내 욕심 때문에 스스로 망가뜨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은 두려움으로 변했다. 내 마음 속 설이가 어떤 모습으로 망가질지 무서웠다. (-109-)
"사람이 의미있는 것만 찾아가며 어떻게 살아요? 살다 보면 의미있는 일이 생기는 거지요. 일부러 의미 있는 일만 찾다보면 지칠 거예요;힘내서 살다 보면 또 의미 있는 일이 저절로 찾아올 거예요." (-140-)
'나는 약속을 지키고 싶었는데. 그리고 내가 죽은 건 절대 설이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좋아한다는 말도 꼭 하고 싶었는데.'
왕원장 말대로 다 부질 없는 일이었다. (-203-)
소설 『구미호 식당 3 : 약속 식당』 을 읽기 전 대한민국에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우울증에 걸린 학교 선생님이 8살 어린 아이의 목숨을 앗아 갔으며,자신은 자해를 시도한다. 8살 어린 아이의 부모의 심정은 하루 아침에 자신의 의도와 무관하게 일어난 어떤 일로 하늘이 무너질 것이다.내 앞에 벌어진 어떤 일에 대해 인정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나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사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일어날 수 있다. 그 순간에 절망감과 죄책감, 자책을 하며 살아가는 게 인간의 특징이며,서로에 대한 불신이 싹틀 수 있다.
소설 『구미호 식당 3 : 약속 식당』은 산자와 죽은 자 사이에 우리가 어떤 약속을 한다는 것에 대해,위로와 공감, 믿음을 얻을 수 있고,잔잔하면서도,마음 깊숙한 곳에 따뜻한 온기가 전해지고 있다.서로에 대해 관계를 도모하고, 돌봄과 늘봄이 필요하다는 걸 인식하게 해준다. 이 소설이 위로가 되는 건,내 안에 숨어있는 비밀이나 두려움에 대해서,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나만의 기준을 만들어 주고 있어서다.사람마다 가까운 사람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비밀이 있다. 죽음에 대해서는 특히 그러하다.
슬픔을 이겨낼 자신이 없는 사람은 그 죽음을 마주하는 용기조차 사라진다.마주하지 못하고 용기가 없는 사람의 말과 언어는 거칠고 불편하다. 바로 그 순간에 우리는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만호가 인간의 생명를 사서,불사조가 되고 싶은 이유가 공감이 갔다.이 소설에서, 내가 그동안 추구해왔던 의미 있는 삶에 대해서,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게 했다. 살아가면서 가치관,신념을 만들어 가며,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 매순간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은 삶의 안정감을 추구하려는 의도가 강하다.하지만 의미있는 삶은 인간을 지치게 만든다. 지쳐 있을 땐, 단순하게 살아가야 하는 이유다.우리 삶은 내가 생각한데로 흘러가지 않는다.쌓아 놓았던 것, 공들여 쌓아온 것들이 하루 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 나의 노력과 내가 생각한 의미있는 삶이 왜 부질없는 삶으로 바뀌는지 이 소설은 생각할 꺼리를 제시하고 있다. 만호,한설이,왕원장, 40대 김보명,유채우와 구동찬, 구주미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고,그들의 말과 행동에 불안과 불쾌함이 느껴지느지 이해하고,공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