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전체보기

알라딘

서재
장바구니
깐도리님의 서재
  • 아부지 대신 보낸 편지
  • 최영
  • 13,500원 (10%750)
  • 2024-04-03
  • : 105

 다음 날 친구들에게 제주도로 전학 간다고 말을 했다. 어떤 아이는 서울이 아니라며 나처럼 실망을 했고, 또 어떤 아이는 바다 구경 실컷 하겠다며 부러워했다. 그런데 한 녀석 말이 유난히 거슬렸다.

"제주도 , 빨갱이 섬이라던데?"

"뭐? 누가 그래?"

내가 물었다. (-23-)

"리기웅! 훨씬 크게 큰 원을 그리라고. 옆에 찬숙이 하는 것 좀 봐."

선생님이 짜증스럽게 말하다 뒤쪽 어딘가를 돌아봤다. 나도 모르게 선생님 시선을 따라갔다. 거기엔 담임 선생님이 있었다. 인상을 팍 쓰고 고개를 흔들고 있었다. 처음에는 나 때문에 고개를 흔드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뒤쪽에 있는 담임 선생님과 눈이 마주친 건 내가 아니라 8반 선생님이었다. 선생님은 꾸지람을 듣는 학생 마냥 고개를 살짝 숙였다가 돌아섰다.

"소령 아들이 그렇게 무섭나?대체 그동안 얼마나들 데인 거야?"(-42-)

나는 그제야 모든 게 이해가 갔다. 담임선생님이 나에게 묻지도 않고 나를 대표로 올린 것도,어머니가 안 하겠다 말해 달라는 내 부탁을 딱 잘라 거절한 것도 다 이런 내막이 있어서였다."

그러니까 반장도 이렇게 아이들이 뽑게 하지 말고 이승만 대통령처럼 이런 내막을 잘 아는 사람이 그냥 뽑아야 한다니까."

근수가 말했다. (-45-)

나는 대충 얼버무렸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 생각처럼 체력이 좋지는 못했다. 체력이 안 좋고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었다. 나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그냥 보통인 아이였다. 턱걸이도 남들 하는 만큼은 했지만, 많이 하지는 못했다. 오래달리기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포기할 정도로 힘들지는 않았다. 달리기나 윗몸일으키기 같은 것도 마찬가지였다.그냥 다른 아이들 하는 만큼씩만 할 줄 알았다. (-92-)

나는 그날 이후 아버지와 어색한 사이가 되어 버렸다. 원래도 마음으로만 존경했을 뿐 가까이 다가서거나 말을 쉽게 섞지는 못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마음에도 벽이 생긴 것 같았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중간에 낀 어머니만 애를 태우는 모양새였다. 어머니는 나를 타이르다 아버지에게 부탁하다 여간 고생을 하는 게 아니었다. 그러다 알마 전 내 방으로 들어온 어머니가 이사를 간다고 했다.(-149-)

책 『아부지 대신 보낸 편지』은 1946년 6월3일,남한 단독 정부 수립 계획 발표 후,1948년 5월 10일, 처음 국회의원능 선출하느 선거가 치뤄지기 직전 ,1948년 4월 3일에 발생한 4.3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으며, 7년 동안 제주도 도민을 이승만 정부 주도 하에 학살한 역사를 언급하고 있었다. 역사 동화 속 주인공은 리기웅이다.자랑스러운 소령 출신 아버지를 따라 , 제주도에 온 리기웅은 학교 안에서, 자신이 특헤 아닌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를 알수 있었다. 기웅이는 하고 싶지 않았지만, 학교 반장이 되었고,소령 아들이라는 이유로, 체력장도 또래 아이들보다 더 나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 특혜가 오래 가지 않는다는 걸 리기웅은 알게 된다. 빨갱이가 있는 제주도가 처한 현실, 서북청년단에 의해 ,제주도민 학살이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기웅이는 어머니와 함께 다시 육지로 돌아갔으며, 아버지는 제주도에 남았다.그리고 아버지가 무슨 일을 했는지 기웅은 나중에 알게 된다. 기웅이 또래 친구들과 마주했던 제주도 도민들이 죽어야 했고,그 배후에 아버지도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역사적 진실 찾기와 역사적 화해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 역사 동화책 .『아부지 대신 보낸 편지』에서 알려주는 교훈은 씻을 수 없는 역사적 아픔을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피해자와 증언은 그대로 남아있고, 4.3사건 피해자 유가족 생존자는 제주도 곳곳에 살아있기 때문이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