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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님의 서재
동양의 우주관의 핵심은 삼재라 하여 흔히 천, 지, 인으로 요약된다. 하늘과 땅이 만나 만물이 이뤄지며, 그 만물의 핵심에 사람이 있다. 따라서 사람은 만물의 도를 아우르는 존재이다. 그 사람 가운데서도 가장 중심에 서서 우주를 관통하여 이가 바로 왕(三+ㅣ=王)이다. 굳이 왕이라는 이름을 들먹이지 않아도, 사람을 흔히 소우주라 하는 소이연(所以然)이 여기에 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자칫 ‘나’라는 존재에 대한 오만함과 방자함을 가지기 쉽다. 물론 사람은 우주를 아우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아우를 우주가 있어야 비로소 사람이 있는 것이다. 우주만물과 나의 부단한 관계는 그렇기에 뗄레야 뗄 수가 없다. 손자가 말한 ‘지피’와 ‘지기’의 이념에는 이렇게 거대한 이상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고의 ‘나’가 되는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존 멕스웰이라는 사람은 그런 점에서 매우 이채롭다. 마치 동양사상에 대한 많은 공부를 한 사람 같다. 그렇다. 사람마다 재능이라는 것은 다 가지고 있다. 나처럼 남들보다 우리 역사와 문화를 좀 더 잘 아는 이가 있는 것처럼, 빌 게이츠가 세상 누구보다 컴퓨터에 뛰어난 식견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그러나 그 재능이라는 것도 결국은 절대적이 될 수만은 없다. 그 속에 지닌 상대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우리 주위에서는 너무도 많이 보인다. 그것은 진정한 성공으로 가는 길에서 하나의 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정치판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재능만을 가지고 모든 것을 평가한다면 그렇게 수많은 정치인이 낙마할 필요도, 재산공개 때문에 전전긍긍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재능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들은 겉으로 성공한 것 보여도 나중에 쓸쓸히 퇴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그런 오류에는 우리 자신도 흔히 빠진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진정한 성공으로 향하는 길일까?

오륜의 맨 마지막에 있는 붕우를 보자. 달리 표현하면 피아를 말함이다. 그들 사이에 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인가. 바로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붕우유신이 오륜의 맨 마지막에 있는 것은 매우 주목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 지피와 지기의 출발이자 핵심은 바로 믿음이다. 이 책이 믿음에서 시작하고 있는 것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믿음은 모든 것의 기저이다. 당연히 여기서 이끌어져 나온다. 믿음을 ‘재능을 이끌어내는 힘’이라 표현한 것은 그래서 탁견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것만 가지고 모든 것이 이뤄질 수는 없다. 믿음은 때로는 배신이라는 것을 동반한다. 그것을 알아야 한다. 때로는 ‘나’의 마음도 ‘나’를 배신한다는 사실을. 적어도 내가 만물을 아우른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상황은 당연히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면 ‘나’의 마음이 ‘나’를 배신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렇기에 그 믿음을 기어코 실현해줄 수 있는 나름의 요소들이 필요한 것이다. 믿음 뒤에 제시되고 있는 12개의 조건들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한다면 좋을 것이다.

믿음의 중요함을 알았다. 그렇다면 나와 너의 믿음의 명확하고 좋은 관계가 이뤄져야 하며, 그것이 호흡을 맞추게 되면 바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최고의 ‘나’로 가는 길이다. 이 책의 종반이 관계와 책임감, 팀워크로 이뤄져 있음은 그래서 절묘하다.

다소 아쉽다면 최고의 ‘나’라는 개념을 진정한 최고가 무엇인지에 관한 담론으로 이끌지 못한 것이다. 덕목의 소개나 배치, 수많은 일화나 예시는 매우 좋았다 해도 그것을 묶는 것이 아쉬웠다. 물론 그 점은 옮긴 이의 말이 어느 정도 보완해주고 있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우주 만물을 관통하는 왕이라는 존재에게는 그 관통의 요소로 덕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왕도정치의 핵심을 덕치(德治)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 점에서 재능보다 덕이 우선임을 강조한 옮긴이의 말은 그래서 공감이 간다. 우리가 도덕성을 강조하는 것이 단순히 인간다운 모습을 찾아가는 것뿐만이 아니라, 진정한 이상의 실현의 핵심에 덕이 있기 때문임을 우리는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참 고 문 헌]

이 책에 관한 서평을 쓰면서 문득 다음의 책에서 보았던 내용이 생각나 이를 활용하였습니다.

신명호,『조선의 왕』, 가람기획,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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