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장미의 이름님의 서재
 

자연은 참 신비하다. 긴 겨울이 언제였나 싶게 벌써 봄이다. 그렇게 포근한 봄을 지나면서 만물은 태어나고, 여름을 거치며 약동하며, 가을에 이뤄져 거두면 또 다시 고요한 겨울이 이어져 그렇게 순환의 길을 걷게 된다. 그렇게 길러진 만물의 신비는 또 어떠할까? 어김없는 생멸의 과정을 거치며, 그것을 고스란히 다음 세대에게 물려준다. 그럼으로써 세상은 영속(永續)한다. 그것은 사랑과 이별의 끊임없는 반복과 순환 속에서 이뤄지는 오묘함이다.

 

사랑과 이별. 그들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서로 만날 수 없는 것임에도 그들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세상 사람들 누군들 이별을 좋아하고 사랑을 싫어할리 있으리요마는 자연의 법칙이, 만물이 걷는 생멸의 길의 법칙이 그러한들 이별이란 없을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여느 드라마의 제목처럼 사랑과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 나름의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나는 남녀 간의 사랑에 대해 솔직히 잘 모른다. 짝사랑의 경험조차 전혀 없는 나에게 사랑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자체가 어쩌면 어이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랑과 이별의 주체가 사람이라면, 사람 또한 만물에, 자연에 속하는 이들이라는 것이라면, 또 실전에 약한 사람이 훈수도 잘 두는 것처럼, 사랑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를 들으며 여러 조언을 해주던 경험을 미뤄본다면 굳이 사랑과 이별을 이야기하지 못할 것도 없다고 본다.

 

책을 쓴 저자의 이력을 잠시 보았다. 라디오 작가. 어쩌면 그 누구보다도 수많은 사랑과 이별의 사연을 접하며 기뻐하고 슬퍼하며 미워하고 아파했을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저자 또한 사랑과 이별의 법칙이 결국 세상이 걷는 법칙과 다르지 않음을 잘 알고 있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사랑의 시작, 사랑의 진행과 쇠퇴, 사랑의 죽음과 이별, 그리고 다시 피어오르는 사랑의 싹. 저자가 펼쳐놓고 있는 이야기의 순서가 어쩜 저리도 절묘할까.

 

솔직히 그렇게 쉬운 이야기들은 아니었다. 역사라는 수단으로나마 사랑이라는 것을 접하는 나에게 절절한 감성과 온기가 느껴지는 사랑 이야기가 쉽게 다가올 리 없었다. 공감이 가지 않는 부분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궁극의 법칙은 같다는 것에서 곱씹어봤을 때 많은 공감이 더 많이 갔던 것도 사실이었다.

 

사랑과 이별. 이것이 없었다면 인류의 역사는 참으로 허전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것은 비단 남녀만이 아닌 인류의 영원한 주제이자 과제였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아름다운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단지 나를 희생하는 것만으로? 모든 것을 주는 것만으로? 그것은 미생지신과 같은 어리석음일 뿐이다.

 

왜 이런 어리석음을 범할까? 우리는 흔히 나 자신의 마음을 잘 알고 상대의 마음은 잘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틀렸다. 우리는 나 자신의 마음도 모른다. 우리의 눈은 바깥으로 달려 있다. 우리를 볼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결국 나는 나 자신을 가장 모른다. 그렇기에 나를 보려면? 거울이 필요할 것이다. 그럼 거울이 없다면? 결국 상대의 눈, 마음일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나 자신의 마음이 어떤가를 아는 것, 그리고 상대와의 보조를 맞춰나가는 것이 아름다운 사랑의 길이 아닐까? 그 기초는 믿음이다. 맹목적인 믿음이 아닌, 시비가 명확한 믿음.

 

그러나 아직은 모르겠다. 사랑과 이별의 깊이를. 특히 이별. 하지만 이 책의 수많은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사랑과 이별에 대한 많은 생각을 가지며 정리할 수 있게 해준다. 언젠가 나도 농익은 경험을 하게 된다면 더 잘 알 수 있겠지. 감성이 충만한 사랑, 이별 이야기를 함께 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은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사족] 역사를 공부하면서 느끼는 것이다. 역사학자들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뜨거운 가슴을 가지고 공부를 시작한다. 그런데 그 사람을 제대로 사랑하기 위해 그들은 차가운 머리로 공부한다. 역설적이지만 그렇다. 그래서 그들이 내뱉는 그 차가운 한 마디는 세상 어떤 사랑에 대한 담론보다도 더 절절하게 다가올 때가 많다.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이야기가 사실은 역사책에서 보았던 것들이 적지 않다. 다만 역사책 속의 이야기들은 너무 차갑다고 해야 하나.

 

 

사람은 자신을 사랑하면서 자신의 약점을 반성할 때 성장한다. 과거를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는 사람이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재에 만족하지 않는 사람이 반성할 줄을 안다. (한영우,『다시 찾는 우리역사』, 경세원, 1997, 5쪽)


…… 사랑은 관심에서 잉태되어 느낌으로 발육된다. 하지만 거기에 머물러서는 성장하지 못한다. 알아야 사랑도 깊어진다. 깊은 이해와 인식의 뒷받침이 없이 어설피 알거나 잘못 알고 사랑한다면 그 사랑은 환상이요 거짓이다. …… (홍순민,『우리 궁궐 이야기』, 청년사, 1999, 7쪽)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