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총, 게릴라 그리고 위대한 지도자
ENergy flow 2026/06/25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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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 게릴라 그리고 위대한 지도자
- 벤자민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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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0) - 2026-05-08
: 1,735
_ 다극화 시대 북한(조선)의 ‘국위’가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은 (호오를 떠나) 가시적인 분명한 사실로 보인다. 2025년 9월의 천안문 망루, 2026년 6월의 북중 정상회담, 2024~2025년의 쿠르스크 전투 등이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장면들이다. 그 외에도 종종 언급되는 (다소 다른 성격으로도 보이는) 장면들이 있는데, 팔레스타인 반미 반이스라엘 시위에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 대형 사진 피켓, (반프랑스 반서방 성격의) 사헬 부르키나파소 트라오레 대통령의 ‘군사력을 포함한 북한과의 관계 강화 희망’ 발언 등이 대표적이다. 이 책은 “북한을 폐쇄적, 고립적 국가가 아닌 정권 수립과 한국전쟁 이후 사회주의권을 넘어 비동맹권,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 지역과의 관계 속에서 매우 적극적으로 외교적 입지를 구축하려 했던 ‘지구적 행위자’”로 규정하고 연구한 학술서이다. 다극화 주제를 진취적으로 다루는 돋보이는 시리즈 중 하나인 ‘너머북스의 글로벌 히스토리’ 14권으로 출간됐다.
_ 저자 벤자민 영은 조지워싱턴대 역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인물로, CSIS 펠로우십, 랜드연구소 등을 거친 국가정보학과 교수다. 그는 이 책에서 특이하게 북한 원전보다는, 그 반대편의 공식 외교문서들, 즉 미 국무부 문서, 한국 외교부 문서 등을 활용하여 ‘북한의 제3세계 외교’의 실체를 추적하고 있다(그 과정에서 한국학연구원의 지원을 받았다). 이는 “상당히 생산적인 전략”이면서 그의 연구를 “국제적으로 돋보이게” 했지만, 동시에 “그의 연구가 복원하는 모습이 외부자의 시선에 크게 의존한, 북한을 둘러싼 목소리들의 총합”으로 만들었다. 요컨대 ‘조선일보’의 논조 속에서 간혹 ‘통일뉴스’가 튀어나오는 서술이라, 독자가 행간과 여백 속 역사정치적 상상력을 어떻게 동원하느냐에 따라 사뭇 다른 인상을 남길 수 있다. 세세한 내용에 있어 의문스러운 부분이 많지만(내게는 제목부터 그러했다), 관점을 전환시키는 문제 제기를 톡톡히 해낸다(부제는 제목과 또 다른 느낌이다).
_ 아주 다양하게 북한이 제3세계 국가들과 맺어온 관계들을 추적하고 있다. 쿠바, 베트남(특히 전쟁 당시), 인도네시아 등과의 널리 알려진 이야기들, 팔레스타인, 이란 등과의 예상 가능한 긴밀한 교류들, 그리고 우리에게는 매우 생소한 아프리카의 수많은 나라들(정말 많다!)과의 밀접한 관계들(농업 중심 개발 원조, 건축, 집단체조, 군사 분야, 여행)이 이야기되고 있다(유고 티토, 미국 블랙팬서당과의 우호적 관계도 서술되어 있다).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충분히 흥미롭지만, 가십 수준의 이야기들을 무분별하게 서술하고 있다는 한계도 있다. 어쨌든, 북한은 ‘자주’와 ‘주체’에 진심인 만큼(“국영 매체의 제3세계 보도들은 주민들의 세계관을 형성”, “평양의 대로에서 가자지구의 거리와 쿠바의 해변을 잇는 통일된 반제국주의 전선을 상상”) 그러한 가치를 지향하는 관계에 진심이었고, 제3세계의 많은 신생 독립국가들(혹은 정권) 역시 “자립의 꿈을 말할 수 있는 언어적 기반”을 형성하는 직관적인 북한의 담론에 매력을 느꼈다. 저자는 아프리카에서의 ‘집단체조’ 전수 과정을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로 본 것 같다.
_ 한반도‧다극화 담론을 다루는 주목할 만한 신진 학자들이 대거 번역에 참여한 점이 이채롭다. 대표 번역자 옥창준(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이 쓴 ‘옮긴이의 말’은 특히 읽어볼 만하다. 지금 왜 북한을 알아야 하는지, 어떤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지, 그것이 우리 사회의 인식 지형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등을 조리 있게 서술했다. “북한 대외관계사는 약소국이 어떻게 세계 정치 속에서 자기 공간을 확보하려 했는가를 비춰주는 중요한 창이라는 점에서 주목해볼 가치가 있다. 동아시아현대사, 글로벌 냉전사를 다시 사고하게 만드는 핵심 연구주제다.” “베트남, 쿠바가 지나치게 낭만화되어 있는 것과 비교하여 북한은 지나치게 악마화되어 있다. 이는 다 오리엔탈리즘일 수 있다.” “훗날의 역사가는 지금을 ‘북한’이 ‘조선’으로 변하는 시기였다고 기록할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시기, 북한의 대외관계사를 다시 쓸 때 제3세계라는 측면은 반드시 강조되어야 한다.” “한반도의 위쪽은 단지 ‘가난하지만 사나운 이웃’이 아니라 20세기 세계사에서 능동적으로 움직인 역사적 행위자였다.” “북한은 지금 독불장군maverick에 가깝다. 이 말에는 고집이 세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만큼 소신이 있다는 긍정적인 뜻도 함축하고 있다. 부디 북한의 선택이 후자의 길에 가까웠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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