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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h5627님의 서재
  • 다시 전태일
  • 이종철
  • 16,200원 (10%900)
  • 2026-05-01
  • : 1,550
_ “전태일투쟁은 절대로 패배하지 않으며 절대로 끝나지 않는다. 이것이 우리의 대답이다.”(『전태일 평전』 2차 개정판, 30쪽 ‘서’序)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 했던 어느 청년 노동자의 삶과 죽음은 한국현대사의 잊힐 수 없는 여전한 이정표다. 하지만 당연한 것은 없다. 노동으로부터 자유와 정의, 진리를 향하는 “새 역사 창조의 손길”(앞의 책, 31쪽) 속에서 끊임없이 거듭나기 위해서는 사람들 속에서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다시 전태일』, 279쪽 ‘작가의 말’). “노동절”을 맞아 전태일 열사의 삶과 투쟁을 그린 탄탄한 그래픽노블이 출간되었다._ 작품의 글과 그림을 모두 담당한 이종철 작가를 출판사(단행본은 보리에서만 출간하고 있다)는 “한국 다큐멘터리 만화의 계보”를 잇는 최고의 작가로 소개하고 있다. 택배 노동으로 생계를 영위하며(플랫폼노동, 특수고용노동, 새벽노동에 대한 보고와 문제 제기가 막 시작되던 시기다) 동시에 만화가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20대 청년의 이야기 『까대기』(자전적인 내용이다)로 데뷔와 함께 ‘오늘의 우리 만화상’을 수상했고, 이후에도 공단에서 자란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 『제철동 사람들』, 자연재해의 고통 속에서 세간의 반짝 관심에서 멀어졌지만 꿋꿋하게 버텨내는 사람들의 이야기 『제11호 태풍 힌남노』 등으로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였다. ‘착한’ 그림체로, 노동 세계와 얽힌, ‘아래’를 향하는, 믿을 만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사회 참여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지는 않지만, 이웃들의 삶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내는 속에 자연스레 방향성이 녹아 있다. 누군가는 이런 이야기는 이미 많이 들어봤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우리는 이런 이야기들을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많이 들어본 적은 없다(특히 최근 들어). 그래서 그의 작품 세계는 독창적이다.
_ 작품 구성: 작품은 군 시절 나이 많은 후임으로부터 『전태일 평전』을 소개받고 말년 휴가에 청계천 전태일 동상을 찾은 김우주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예상할 수 있듯, 김우주에는 작가의 자전적 경험이 많이 투영되어 있다. 그래서 김우주 부분에는 『까대기』와 포개지는 내용이 여럿 나온다.) 과거 전태일 열사의 삶과 노동현실에 관한 이야기가 중심축, 제대 이후 택배 및 물류센터 노동을 하며 자신의 일을 준비하는 김우주와 그 주변 사람들(시급제, 계약직, 특수고용)의 이야기가 보조축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 시절’과, “그 시절과 비교할 순 없겠지만, 다르게 나쁜” 시대가 자연스럽게 겹쳐진다(산재, 라이더유니온, 故 김용균 노동자의 이야기가 직접 언급된다).
_ 내가 보기에, 이 작품의 굉장한 장점은 작가가 전력을 다해 자료를 조사하고, 그중 핵심을 추려 특유의 그림체로 형상화했다는 것이다. 전태일 열사의 삶에서 주요 축을 이룬다고 할 사건들을 빠짐없이 선별하고, 열사의 일기에서 적절한 부분을 발췌해(때로는 열사의 손글씨가 나온다) 그림으로 형상화했다. “풀빵 30개”의 자기희생부터, “바보회”의 능동적인 결성과 활동을 거쳐, 1970년 11월 13일의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는 ‘인간 선언’까지, 절제된 그림체 속에서 매우 적극적으로 한 청년의 투쟁과 고뇌를 구체적으로 그렸다. 열사의 (대중적으로 흔히 이해되는) ‘인간적’ 측면을 강조했던 50주기 기념 영화 <태일이>(물론 이 선택 또한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와는 또 다른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11월 13일을 묘사하는 방식이 특히 다르다). 어쨌든 저자는 이에 대해 “수많은 자료의 도움을 받았고, 기록이 이토록 방대하다는 것은, 그의 뜻을 이어나가려는 마음들이 여전히 뜨겁게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증거”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_ 노동절이 제 이름을 찾은 첫해였고, 국가 공휴일이 되기도 했지만, 오늘의 노동 풍경은 여전히 심란하다. 당장 공권력과 사측 불법 행위로 인해 파업 중이던 ‘화물노동자’가 노동절 직전 생명을 잃었다. ‘노동법 바깥의 노동자’들이 수백만 명에 이를 정도로 너무나 광범위하게 형성되었다. 소수 재벌 기업의 성과급 논의와 그 과정 속 노사갈등은 다수 노동 대중에게 그들만의 리그처럼 보일 뿐이다. AI, 주식 흥행에 심취한 정부가 가끔 던지는 수사만으로 대다수의 노동을 존중하고 그 지위를 향상시키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이러한 시기, 우리에게 “전태일”이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다시 전태일”을 호명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고민을 던져주는 의미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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