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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h5627님의 서재
  • 모든 제국은 몰락한다 : 미국의 붕괴
  • 안드레이 마르티아노프
  • 19,800원 (10%1,100)
  • 2024-05-15
  • : 663
- 젊은 시기 소련의 붕괴를 체험하며 미국으로 탈출했던 저자가(미국을 엄청나게 동경했던 건 전혀 아닌 듯하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 미국의 몰락과 제국의 해체를 총체적으로 전망한 내용의 책이다. 눈여겨볼 만한 내용이 꽤 많다. 요약해보면 아래와 같다.
- 탈제조업: 결국 경제의 핵심은 실물 생산이다. 실제로 부를 생산해야만, 집단의 삶을 가능케 하는 이른바 현실의 ‘먹고살기’가 가능하기 때문. 그러한 면에서 미국은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을 국가 차원에서는 완전히 상실하였다. 산업적 제조업 생산을 위해서는 숙련되고 교육받은 노동자, 엔지니어, 교사 등의 전문적 직군이 반드시 필요한데(여기에서의 노동자는 상당히 광범한 숫자와 분야를 아우른다), 미국은 이러한 계층-계급군 자체를 상실하였다. 이른바 ‘FIRE’ 경제를 통해 기축통화 달러와 부채를 바탕으로 기형적인 소비로 연명하고 있지만, 이는 금융적인 허상의 경제지표에 의한 사상누각이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적지 않은 인구의 식량 공급을 우려해야 할 정도의 양극화적 몰락을 이미 겪고 있다. (그리고 탈달러라는 흐름이 부각하고 있다. 부채 소비조차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1990년대 미국식 자본주의에 대한 우려가 ‘탈정신적 소비 문화’ 또는 ‘소비를 위한 소비’에 대한 철학적 차원의 것이었다면, 30년이 지난 지금 그것은 훨씬 심화되어 경제의 근본을 파괴하며 내적 생존과 외적 패권의 붕괴 이유가 되어가고 있다.
- 군사적 신화의 붕괴: 미국은 더이상 세계 최고의 전쟁 능력을 보유한 나라가 아니다. 사실, 미국의 ‘군사력 신화’는 예전부터 과장된 측면이 있다. 2차 세계대전의 직접적인 피해를 겪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장 강력해진’ 미국이기에, 지난 70여 년간 미국의 국력은 그로 인한 상대적 강세를 보유한 것이었으며, 군사력 역시 마찬가지였다. 즉, 약해진 나라들 또는 약했던 나라들을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능력으로써 ‘군사적 신화’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상대의 반격 능력이 상승하고 심지어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군사력까지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상대국들 일부가 보유하게 되면서 미국 군사력의 신화는 ‘손쉽게’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확장 억제에는 구멍이 뚫렸고, 항공모함의 진출은 그만큼의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으며, 본토에 대한 방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 자폐증 엘리트: 경제적으로 제조업이 붕괴하고, 군사적인 절대 강세 역시 붕괴한 미국의 현실은 그 무엇보다도 엘리트들 스스로가 자초한 것이다. 그들은 2차 대전의 ‘결과물’로 도래한 강한 미국의 시대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기보다 스스로가 개척한 것으로 착각했으며, 냉전 시대 소비에트연합의 붕괴에서 ‘교훈’을 찾기보다 ‘자신의 위대성’을 확인하며 지적 자폐와 오만에 빠져들었다. ‘사회주의보다 우월하기 때문에 자본주의는 완벽하다’는 교리에 종교적으로 빠져들면서 걷잡을 수 없는 위기를 자초했다는 것. 사실상 아이비리그 출신으로 철저히 계급적으로 자본주의 최상층에 위치한 ‘풋내기들’(이들이 국가 요직을 차지하기까지 어떤 사회적 경험을 다양하게 겪어보았겠는가?)이 자신의 관점에서(요즘의 인플루언서 지망형 정치인, 관료들은 딱히 전문적인 공부를 했다고도 볼 수 없다) 세계를 좌지우지하려는 통에 세계는 더욱 극심한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타국의 정권, 국가권력, 그 나라의 사람들을 전혀 동등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패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뿐이다. 현실이 이미 그렇지 않음에도, 그러하다. 다극화하는 세계를 인정할 인식 능력, 이에 대응하거나 타협할 전략적 능력은 없고 오로지 ‘자폐적’ 패권의 틀 속에서 세상을 보기에, 세계대전이 현실화하는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이게 요즘의 상황이다). 이들은 오만하고, 미숙하고, 비현실적이고, 무능한 집단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철저히 ‘계급적’이다. (그것은 금융자본주의 최상층의 숙주적 기생 지배계급이다.)
- 국가 기능의 붕괴: 무엇보다도 미국은 ‘국민’을 형성하지 못했다. 일천한 역사 속 ‘샐러드보울’처럼 모인 미국은, (남북 전쟁 또는 2차 대전 이후) ‘하나의 미국’으로서의 정체성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특히 최근의 현대사를 보면, 엘리트 계급은 국가적 이익과 단합을 내팽개치고(부르주아 국가로서의 최소치조차 내버리고) 오로지 자기 계급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심지어 절차와 형식도 무시된다.) 그러한 이익은 미국 주도 초국가적 엘리트들의 연합에 의해 주도되는데, 기본적으로 ‘서방’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이들의 이익은 각 국가 및 국민의 이익과 충돌한다(이러한 의미에서 ‘제국’은 국민을 지배한다). 이들에게 국민은 그저 지역적으로 구성된 집합일 뿐이며 집단적 의미를 지녀서는 안 되는 ‘개별화된 소비자들’에 불과하다. 미국은 이러한 현상의 최정점에 있는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집단의 정신적 근원 확인과 단결을 도모할 수 없을 정도로 분산되어 있다(저자는 ‘WOKE’ 운동이 이러한 흐름 속에서 조장된 것이라고 보며 극도의 불만을 표출한다. 잘 독해할 필요가 있다). 전통적 집단적 가치를 극단적으로 부정하고 역사를 무시하는 나라는, 위기를 극복할 힘이 없다. 몰락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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