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사를 알면 영어가 보인다! 반갑고 고마운 책
바람이 전하는 말 2010/10/03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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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와 the의 저력
- 쓰모리 코타
- 10,800원 (10%↓600)
- 2010-07-20
- : 458
‘10년 내내 공부해도 초보인’ 저 같은 사람에게, 우리나라 말과 영어 사이에 놓인 장벽은 특히 ‘전치사’나 ‘관사’ 부분에서 절실히 느껴집니다.
다행히, 전치사 부분은 “전치사 연구”(이기동 저) 같은 책이나 “동사를 알면 죽은 영어도 살린다”(최완규 저) 등과 같은 대중서가 있어 조금 익숙해져 가는 기분이 듭니다.(물론 아직 ‘제대로’ 된 ‘감’을 익히기에는 너무나 부족하지만...)
이에 비해, 관사 부분은 우리에게 아무래도 대중서가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문법학습서를 통해 만나는 ‘관사’는 죽은 암기사항일 뿐이라서 실용적으로 별 쓸모가 없을 때가 많았습니다. 오성호 선생님이나 최완규 선생님이 쓰신 저서(Aagin 뒤집어 본 영문법, 지금 영어 공부하러 갑니다.)는 명료하고 본질적이지만, 다양한 사례가 다소 부족한 감이 없잖아 있었습니다.
이런 아쉬운 마음을 적절히 달래주는 책이 바로 “a와 the의 저력”(쓰모리 코타 지음, 이우희 옮김, 토트출판사,2010)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오성호 선생님같이 훌륭한 선생님으로부터 수업을 받는 이들은 평소 수업을 통해 관사에 대해 임상적으로 훈련을 하겠지만, 저처럼 지방에 사는 이에게는 오로지 책을 통해 지식을 전수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책은, 살아있는 생물인 언어를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는 매체인 점을 감안했을 때, 이 책은 오성호 선생님의 책처럼 구체적이고 생생하며, 명료한 점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학술서처럼) 심각하지 않고, 유쾌하게 관사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이 관사에 대한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진 않겠지만, 관사에 대한 앎을 갈망하는 ‘10년내내 초보인’ (저 같은) 자에게는 고마운 존재가 되진 않을까 싶습니다.
일본인이 쓴 책이라, 혹시 ‘성문종합영어’같이 고루한 책이 아닐까 하고 우려도 했지만,(전 고교시절 성문종합영어를 5번 읽고 학력고사 영어 고득점을 받았었죠. 이런 점에서 저는 성문종합영어에는 감사해 하지만, 문법서로서는 결코 좋은 점수를 줄 수 없군요. 독해집으로서라면 또 모를까.) 오히려, 한국어와 유사한 점이 많은 일본어권의 저자가 쓴 책이라서 ‘동병상련’의 심정을 많이 느낄 수 있었고 공감할 수 있었던 바도 많았습니다.
한국에서도,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저자에 의한, 관사에 대한 훌륭한 대중서가 속히 출간되기를 고대합니다.
참고로, 최완규 선생님의 “지금 영어 공부하러 갑니다” 중 ‘일곱번째 만남, 니가 여자를 알아?, 관사는 말하는 사람 마음이다’를 먼저 읽고, 이 책을 읽으면 훨씬 이해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밝히고 싶습니다.
끝으로, 이 책에 실린 에필로그 중 일부를 소개하며 이 글을 마칠까 합니다.
W.C. 스미스라는 종교학자는 ‘타자의 신앙을 이해하는 데에는 세 단계가 있다’고 가르친다.
제1단계는 it의 레벨로, 타자를 사물과 동등한 수준으로밖에 이해하지 않는다. 제2단계는 you의 레벨로, 타자를 인간으로서 이해하는 단계다. 마지막 제3단계는 we의 레벨이다. 나와 상대를 분명하게 인식하는 게 바로 이 단계다. 나와 상대는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같은지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스미스의 사상을 단 몇 줄로 요약하는 게 본의는 아니지만, 영어 공부 때문에 꺼낸 이야기인 만큼 여기까지만 언급하자.
외국어 공부에서 우리가 유의해야 할 ‘타자’의 모습은 이와 닮아있다. 외국어 공부는 암호해독이나 기계를 조작할 때 느끼는 것과 같은 즐거움이 있다. 이 수준에서는 사물의 영역을 넘지 않으므로 it의 단계라 할 수 있다. 이것이 인간의 얼굴로 다가올 때가 you의 단계다. 한 작가의 작품을 모두 읽거나 그 작가 특유의 어투, 단어 쓰임새에 시선을 돌리게 되는 시기다.
우리말처럼 관사가 없는 언어에 익숙해 있다 보면 관사는 매우 난해한 것으로 여겨지기 쉽다. 이 난해함은 피상적인 인간 이해 너머에 있는 ‘타자의 위화감’일 수도 있다.
타자의 창에 비치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이것은 역으로, 우리가 국가, 지역사회, 가족, 시대 같은 환경에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를 보여준다. 바로 이 지점의 고뇌가 we의 단계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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