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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아나님의 서재
  • 머니스톰
  • 김한진.송주연
  • 16,920원 (10%940)
  • 2024-02-21
  • : 501

 

 

통화주의 관점에서 경제 입문서라고 해도 좋을만한 책이다.

 

어찌보면 굉장히 보수적인 관점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같은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귀기울여 들어봐야 하는 관점이기도 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통화주의가 무조건 답인건 아니겠지만 말이다.

 

거시경제에 대한 책이 늘 그렇듯, 책 전반부를 읽다보면 내 잘못도 아니고 파월 의장의 잘못이거나 누군가의 잘못인데 왜 저 멀리 살고 있는 나까지 피해를 봐야 하는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바꿀 순 없다. 언제나 이런 거시경제적 상황은 통제할 수 없는 외생변수로 남아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런 책을 읽는 목적은 변하는 외생변수에 맞춰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변수를 통제하는 것. 비가 올 때 우산을 쓰고 담벼락 아래로 비를 피하듯, 상황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행동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나저나 좋은 내용이지만, 읽더라도 비관적인 관점을 피하기는 그리 쉽지 않은 듯 하다. 

언제쯤 이 비가 그칠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겨울이 가고 봄이 오듯 조금 더 따뜻한 때가 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p.38~41

연준이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나섰을 때는 1960년대 베트남 전쟁과 1970년대 두 차례의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그야말로 미친 인플레이션이 찾아왔을 때였다. 바로 이 시기에 연준의 존재감이 급부상했다. 1961년 1%대에 머물렀던 미국의 기준금리는 1972년 초 3.3%를 거쳐 1981년에는 무려 20%까지 올랐다. 1970년대 끔찍한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경험했던 탓인지 연준은 돈을 얼마든지 풀 수 있는 권한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1980년대 내내 높은 금리를 유지하며 신중한 정책 스탠스를 견지했다.

 

물론 1980년대 중반까지 경제성장과 함께 통화량 자체는 꾸준히 늘었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통화(M2)의 상대 비율은 여전히 50~60%대에 머물고 잇었는데, 이는 이 시기에 통화정책이 비교적 중립적이고 신중했음을 시사한다. 1987년부터 2000년까지는 미국경제가 매우 안정된 성장을 보인 국면이었는데 이 기간 중 연준의 기준금리는 세 차례나 인상됐고 GDP 대비 통화량은 계속 낮아졌다. 이후 닷컴버블이 붕괴되자 연준은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2003년 1% 까지 큰 폭으로 내렸다. 그 전에 금리를 올려놨기 때문에 내릴 수 있는 버퍼(완충장치)가 있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연준은 물가 안정에 초점을 두며 신중한 통화정책을 펼쳤다.

 

문제는 그다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였다. 연준은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재빨리 금리를 내리는 동시에 시중에 유동성을 과감히 공급했다. 2008년 말부터 2010년 초까지 늘어난 미국의 총통화는 약 1조 2,000억 달러였는데 1913년부터 2008년까지 약 100년간 증가한 총통화가 1조 달러였으니 이보다 더 많은 통화가 불과 1년 3개월 만에 풀린 셈이다. 1년 남짓한 이 기간 중 미국의 본원통화는 2배나 늘었고 이렇게 한번 고삐 풀린 통화는 그 이후에도 쭉쭉 늘어났다. 연준의 행보에 뭔가 큰 변화가 생긴 시기였다. 

 

그런데 특이한 점이 있다. 연준은 달러를 새로 찍어 특별히 지정한 24곳의 거대 은행 금고에 넣는 방식으로 통화를 풀었는데 은행 시스템이 보유한 초과 지급준비금이 2008년 금융위기 전 20억 달러에서 2010년 2월에는 약 1조 2,000억 달러로 600배나 증가했다. 은행 시스템에 천지개벽이 일어난 것이다. 은행에 쌓여 있는 초과 지급준비금은 장기간 초저금리(일부 다른 국가는 마이너스 기준금리)와 만나 시중 통화량 증가로 이어졌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플레 요인들과 만나며 물가를 자극해왔다. 넓게 보면 연준이 통화를 광적으로 푼 시기는 2000년 닷컴버블 붕괴 이후 최근까지 약 20여 년간으로 볼 수 있는데 그렇게 쌓여온 통화량은 경제와 자산시장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미국의 총통화는 2000년 초 4조 6,000억 달러에서 꾸준히 늘어나 2022년 말에는 21조 달러를 넘어섰다. 세계경제와 금융의 중심지인 미국에서만 지난 20여 년간 달러가 약 5배 풀린 것이다. 문제는 지난 20년간 늘어난 총통화의 무려 3분의 1이 2020년 팬데믹 이후 3년도 채 안 된 시기에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은 미국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유로존도 2000년 60.7%에 불과하던 GDP 대비 총통화 비율이 2008년 초까지는 82.3%로 높아졌고 이후 코로나 대유행을 거치면서 2021년 5월에는 123.1%까지 치솟았다. 

 

p.53

일본중앙은행(BOJ)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등으로 경제가 어려움에 빠지자 2013년 1월부터 매월 13조 엔 규모의 국채 매입을 실시하고 물가 상승률 목표치 2%로 상향 조정하는 양적완화 정책을 강화했다. 아베노믹스와 함께 시작된 YCC정책(수익률곡선 제어정책)은 중앙은행이 장기 금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채권을 매수 또는 매도하는 정책을 말한다. 코로나19 회복 과정에서 물가가 급등하자 미국 등 주요 중앙은행은 금리를 인상했으나, 일본은행은 여전히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다른 국가보다 낮은 인플레이션으로 여전히 경기 부양의 필요성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커지면서 엔화의 평가절하 압력이 확대되자 일본은행은 2022년 12월 국채금리 변동폭을 기존 +/- 0.25% 정도에서 +/- 0.5% 정도로 확대했다. 이후 2023년 7월, BOJ는 금리 변동폭 상한선을 0.5%로 유지하되 어느 정도 초과 변동을 용인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은 이를 BOJ가 장기금리 상승을 일부 허용하고 YCC 출구전략을 밟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p.57

생산성 저하 이면에 좀비기업이 있었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국제결제은행(BIS)의 통화경제국장 보리오(Borio)는 저금리가 투자 부진과 생산성 저하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규명하면서 좀비기업 점유율과 정책 금리 하락 사이의 밀접한 상관관계를 발견했다. 즉, 저금리는 좀비를 낳고 좀비는 저금리를 낳는다는 것이다. (출처 : [금리의 역습], 에드워드 챈슬러, 임상훈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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