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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아나님의 서재
  • 나도 나를 믿지 못했다
  • 김성호
  • 14,400원 (10%800)
  • 2022-04-15
  • : 45

이 글은 출판사의 지원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아직 리더는 고사하고 주니어로서 준비해야 할 것도 많은 시기이지만, 이 책을 읽었다. 

저자의 [쉽게 배워 크게 쓰는 재무제표]를 읽고 좋아했기 때문이다. 

 

책 서두에서 저자는 커리어만 보면 자신이 대단한 사람인 줄 알지만, 여느 다른 사람과 다를 바 없었다고 하는데, 책을 읽다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빠르게 커리어의 속도에 부스터를 단것도, 문화를 바꾼것도, 심지어 자신의 상사를 잘라달라고 사장에게 요구한것도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니다. 어쩌면 그렇기에 중후반부에 나오는 저자의 리더십 이야기에 신뢰를 줄 수 있는건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중후반부에 나오는 저자의 리더십 이야기는 이상론에 가까울 정도였다. 그는 직원들에게 기회를 주었고, 그들을 육성했다. 단순히 대기업에서 말하는 핵심인재 이런 얘기가 아니다. 말단 계약직 직원이라도 자신이 하고 싶다고 하면 옆에서 과외를 시켜줬고, 의사결정에 대한 기준을 가르쳐줬다.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건지 몰라도 이런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는거 같고, 만났다는 이야기도 별로 들어본 적이 없다. 

 

그렇기에 이 책은 반신반의하며 읽었다. 내가 리더가 되었을 땐 저렇게 해야하는구나 라고 모델링을 하면서 보게 되면서도, 한편으로 한국에서 만연한 조직문화에서 저런 모습은 '튀는'모습으로 찍히고 한 소리 듣기 딱 좋기 때문이었다. 

 

무튼 MZ세대다 뭐다 할 시간에 이런 책을 읽고 어떻게 하면 같이 통합의 길로 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리더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밑줄긋기

p.16

미래는 어두우므로 희망차다.

- 버지니아 울프

 

p.50~52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평범한 영어 실력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한국에 있는 유명한 외국계 기업에서 15년이나 근무했고, 유럽에서 외국인들과 함께 9년 간이나 일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게 만드는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그 시작은 가족의 삶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사실 난 지금도 원서 한 권을 읽으려 하면 각을 잡고, 각오하고 밤을 새워도 진도가 얼마 나가지 못한다. 한 페이지만 읽으려 해도 사전을 몇 번이고 뒤적거리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수준의 영어 실력을 가진 사람이다. 외국 유학 경험이나 흔한 어학연수 경험도 없고 학창 시절에 영어학원에 다녀본 경험조차 없다. 대학생활을 하면서도 영어학습반에서 공부한 경험 또한 없다.

 

그럼 어떻게 해서 외국계 기업에서 15년 동안 일하고, 유럽에서 9년을 일할 수 있었을까? 두 번째 직장에서 절실함이 바탕이 된 공부가 내게는 해답이었다. 그때 내가 한 것은 두 가지였다.

 

주중에 내가 접한 온갖 영문서류들과 부러울 정도로 영어를 잘하는 상사에게 받은 이메일을 비롯해 영문으로 작성된 서류들을 복사해 두었다가 토요일에 사무실에서 공부할 때 전부 다시 읽어 보고 외웠다. 토요일에 쉬지 않고, 놀지도 않고 매주 상사가 제공해 준 풍부한 자료 안에 들어 있는 새로운 단어, 비즈니스 용어, 단어들의 새로운 사용법, 숙어, 이메일 표현 등을 읽으며 다 외웠다. 그렇게 공부한 것들을 그 다음 주에 실무에서 그대로 사용해서 내 것으로 만드는 연습을 했다. 매주 그렇게 단어와 문장들, 단어와 숙어의 사용법, 다양한 문장 표현들을 외우고 익혀 가니 말도 자연스럽게 더 나아졌다.

 

하지만 그렇게 매주 하는 공부에 머물지 않았다. 영어를 하는 목적이 결국 이직에 있었기에 영어 수준을 끌어올리면서 다음 상위 포지션을 찾는 작업을 꾸준히 했다. 계획대로 2년마다 이직을 하고 그때마다 평균 30퍼센트씩 연봉을 올릴 수만 있다면 앞으로 8년 후에는 첫 직장에서 받았던 연봉 대비 세 배가 넘는 수준이 되어 있을 것이다. 이 계획에 맞추어 실제로 평균 2년에 한 번씩 이직을 했고, 첫 직장을 떠난 지 6년이 지난 시기에 내 연봉은 첫 직장에서 받았던 연봉의 다섯 배에 이르렀다. 8년 안에 세 배의 연봉을 받겠다는 목표를 넘어서 달성했다.

 

p.113~115

내가 그의 발전을 위해 한 것이 있다면 많은 의사소통을 한 점이다. 시장의 동향, 턴어라운드 전략, 서플라이 체인 전략, 현금 중심 경영 전략, 사람에 대한 안목, 의사결정의 이유 등 유럽법인장으로 이동한 후 2년간 나는 그에게 개인교습을 했다. 내 고민의 정체와 그 고민을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의 어려움, 의사결정의 근거와 이유, 그리고 결과를 다루는 모습까지 그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나를 보고 배웠다.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그는 드디어 한 기업의 경영자로 세워졌다. 그것도 나의 천거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그와 알고 지낸 8년이 넘는 시간을 통해 난 '리더란 무엇인가'에 대해 커다란 힌트를 얻었다. 리더란 결국 사람을 택하는 존재다. 택한 사람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 존재다. 사람에 대해 집착하는 존재다. 그의 성장을 갈망하는 존재다. 그의 성장이 나의 성장임을 아는 존재다. 기회를 찾고 그 기회를 만날 때마다 그에게 기회를 연결해 주는 존재다. 그리고 그가 홀로 설 때를 기대하며 같은 마음으로 준비되도록 돕는 존재다.

 

내가 그의 재능이나 능력을 당장 나의 필요를 위해 활용하는 것에서 그쳤다면 경영진의 관심권에서 멀어져 있던 그가 CEO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까? 그렇지 않았을 것 같다. 난 그의 강점을 보았고, 그를 리더로 세우고 싶었고, 그런 기회를 찾았고, 그가 그 자리에 설 수 있도록 필요한 역량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만들어 제공했다. 물론 그가 날 전적으로 믿고 따라오지 않았다면 이 모든 노력은 허사였을 것이다. 둘의 합이 철저히 맞아야 가능한 것이고, 그렇기에 하늘이 내리는 운명적 만남과 동행의 결과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와 내가 만난 것은 운명이었고, 우리는 그것을 서로 존중했던 것이다.

 

8년의 시간 동안 우린 서로가 서로에게 끌렸고 집착했다. 리더는 좋은 팔로워에게 집착하는 사람임을 난 그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가 리더로 우뚝 선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p.199

말과의 소통만이 아니라 사람과의 소통도 그러하다. 파나소닉이 신임 경영자인 쯔가의 당혹감을 이해하고 당장은 출혈이 멈추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그의 능력을 믿고 기다려 준 것처럼 선택한 살마을 묵묵히 기다려 주는 것이 문제 해결의 시작이다.

 

p.200-201

아무나 선택하지 않는다. 아무나 무작정 기다려 주지도 않는다. 나와 맞는 사람을 택하고, 그 중에 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한다. 그리고 기다려준다. 누구에게 기회를 줄 것인지, 어느 정도의 기회를 줄 것인지, 얼마만큼 기다려 줄지는 각자의 능력과 준비된 상황이 다르기에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그것을 결정하는 것이 경영자의 일이다. 다른 수준의 사람들을 다른 방식으로 다루며 이끌어야 하기에 경영자가 취하는 행동은 때에 따라서 표면적으로 편애라고 비춰질 수도 있다.

 

그렇기에 누군가 내게 '당신은 편애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해도 신경 쓰지 않는다. 기업 내의 리더는 고객을 위해 편애라는 오해를 받으며 살 수밖에 없는 사람인 것을 알기 때문이다. 편애는 하되 인격적인 차별은 하지 않는 것이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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