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다양하게 사는 여성들을 보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꿈의 범위가 달라지니까요,"
<내일을 위한 내 일>의 인터뷰이 중 한 명인 경연인 엄윤미씨가 한 말이다. 이 말로 <내일을 위한 내 일>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대신할 수 있겠다. <내일을 위한 내 일>은 이다혜 기자가 여러 직종에서 한창 일하는 중인 여성들의 현장감 있는 목소리를 담은 인터뷰집이다. 9명의 인터뷰이는 모두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영화감독부터 프로파일러까지 부러 다양하게, 주변에서 흔히 접하기 어려운 직업들로 꾸린 목록이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다양하게 사는 여성들을 보일 것. 여성들의 일과 삶에 대한 빈약한 상상력을 자극할 것. 아마 여성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엄윤미씨가 말했듯, 꿈의 범위를 달리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분야에서 단단히 자리 잡은 여성들은 자신의 일을 찾고자 하는 여성들에게 존재 자체만으로 길잡이이자 멘토일 수 있다.그러나 이 책은 여성을 그와 같이 '이룬 자'와 '쫓는 자'로 이분화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서문에서 '이 책은 위인전이 아니다'라고 못 박은 이다혜 기자는 인터뷰이의 말이 '지금 함께 고민하는 자'의 말로 읽히길 원한다. 그의 관심은 '완료형'보다 '현재진행형'에 있다. 이미 무엇이 된 것 같은 사람들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여전히 '되고 있는 중'이다. 배구선수가, 바리스타가, 고인류학자가 되고 난 이후에도 계속 그것이기 위해서, 혹은 더 나은 그것이 되기 위해서 그들은 고민한다. 저자는 인터뷰이들이 '되고 있는 자'로서 했고, 또 하고 있는 고민들을 포착한다. 그렇게 이 책을 독자의 앞보다는 곁에 두고자 한다.
그리고 저자는 (완료형) 성취에 집중하지 않는 대신, 인터뷰이들의 고민과 고민 사이에 놓인 분명한 도약들을 건져 올린다. 그 도약들은 A to Z의 요령이 아닌 그들 각자가 일과 삶에 대해 갖는 태도에 의해서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대부분의 인터뷰이들이 타인과 자신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중요시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일 잘하는 여성은 자신이 누군가와 '함께' 일하고 있음을, 자신의 일이 누군가와 반드시 연결됨을 잊지 않는다는 메시지는 특별하게 고무적이다. 나는 이 책이 시리즈로 꾸준히 나왔으면 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저자가 언급했듯 충분히 다양한 직종을 다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언젠가, 소위 흔하고 평범하다고 (혹은 평범보다 못하다고) 여겨지는 직종에서 자신만의 길을 뚫어온 여성들 또한 책에 실리길 바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