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머릿말이다.
그래서 동화는 미래 세대인 어린이를 훈육, 세뇌하는 가장 효과적인 이데올로기이다. 동화에 대한 개입, 재해석이 중요한 사회적 과제인 이유다.
동화를 어린이를 훈육, 세뇌하는 이데올로기로 보는 관심이 새로웠다.
생각해보면 정말로 그렇다.
동화는 어린이가 처음 접하는 컨턴츠이다. (요즘은 유튜브일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아동 컨텐츠라는 점에서 그렇다.) 동화에 나와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아이들은 자기의 내면을 쌓아간다. 그런 점에서 컨텐츠의 내용이 중요한 것이다.
특히 전래동화는 권선징악, 효, 인과응보 등... 그 시절의 가치를 담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전래동화에 나와있는 여성인물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없는 듯 하다.
이 책은 전래동화의 성차별적 내용을 꼬집고 비틀어 재해석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워 보기 시작했다.
나무꾼을 벌하는 선녀, 의붓딸을 도와주는 계모,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해 집을 나가는 딸...
여러 이야기가 나오면서 새로운 관점을 말한다.
전체적으로 생각하지 못했던 점을 짚어주어 좋았으나 몇몇 아쉬운 점이 남아 적는다.
먼저 본 작에 없던 신비한 능력이나 왜곡된 상황을 만들면서까지 넣은 내용이 많다.
예를 들어 '우렁각시'에서 우렁이가 각시(이 책에선 총각)로 변하는 신비로운 내용은 원작과 같다. 하지만 굳이 마을 사람의 시선을 바꾸겠다고 묘약을 뿌린 음식을 대접해 사람들을 계몽시킨다. 남의 시선 상관없이 그들만 좋아도 해피엔딩일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마을 사람들이 원하는 걸 찾길 바랐어도 묘약을 사용해 시선을 바꾸는 건 자기 만족이고, 남의 시선을 신경쓴다는 반증이다. 굳이 필요한 내용이 아닌 것 같다...
또, 몇몇 동화에서는 여성 캐릭터가 배움을 얻겠다고, 또는 직위를 얻겠다고 과거 시험을 보거나 학습기관에 간다. 나는 원작은 어디까지나 전래동화이고, 각색하더라도 역사를 왜곡하는 방향으로는 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서사인 내용을 보고 싶은 것이지, 꼭 여자가 성공하고 지위를 가진 내용을 보고싶은 게 아니다. 성공하지 않더라도 여성캐릭터가 차별받지 않고 행복하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곡된 내용이 들어가면 그건 더 이상 전래동화가 아니지 않은가... 그저 환상이다.
그리고 왜 꼭 여자가 권력을 가지고 인물을 벌하는 캐릭터로 쓰이는 걸까?
위의 내용과 이어지는 것인데 여성은 직위를 얻거나 신비한 힘으로 나쁜 인물을 벌한다. 마치 이게 정당한 해피엔딩이라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권력으로 징벌하는 서사는 쉬운 갈등 해소 방식이지만, 결국 강자가 약자를 이기는 또 하나의 사회적 권력을 보여준다.
맺음말에도 나와 있듯 권력을 이용하지 않는, 다른 해결책을 생각해봐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이 책은 가볍게 읽기 좋다 특히 원작에 대한 내용이 함께 수록되어 있고, 삽화와 작품에 따른 옴니버스식 구성이 맘에 든다.
출퇴근 시간에 잠깐씩 보다보면 한 권을 손쉽게 다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변에 추천하고 싶다.
어느 시대나 지배 세력이 가장 두려워하는 현상은 피지배 세력이 자기 위치와 구조의 부당함을 깨닫고 이전처럼 살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흑인이 노예 노동을 거부하고 여성이 희생과 자기 비하에서 벗어난다면, 우리가 더 이상 서구 사회에 콤플렉스를 느끼지 않는다면, 세상을 보다 살 만한 곳이 될 것이다.- P9
그래서 동화는 미래 세대인 어린이를 훈육, 세뇌하는 가장 효과적인 이데올로기이다. 동화에 대한 개입, 재해석이 중요한 사회적 과제인 이유다.- P10
선녀를 아내로 삼은 나무꾼은 범죄자가 아닌가?
왜 계모는 항상 못됐는가?
왜 딸들은 남성 영웅의 포상이 되는가?- P16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사용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과연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차별과 혐오를 양산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P37
지금의 여성들도 여전히 겉모습으로 쉽게 판단되고 평가된다. 여성은 인간이기 이전에 ‘여성‘으로 인식되고, 여성에게는 너무나 쉽게 외모에 대한 품평이 뒤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