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이 섞여있는 그림 에세이라고 한다. 그림이 중심이지만 단순히 만화라고 하기에는 글자 비중도 높아서 그림으로 글을 풀어내는 느낌이다. 쌍둥이가 가지고 싶었으나 홀몸으로 태어나 버린 까닭에 쓰기 시작했다는 이 이야기는 글로 출판되어 수많은 쌍둥이들을 만들었다.
책에서 어떠한 일화나 사건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제목처럼 다양한 감정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수많은 감정들, 그렇기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 잠에 드는 것은 꼭 죽음을 연습하는 것만 같다는 것이 나 혼자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었음을 느끼는 것. 그것이 감정을 나누고 이야기하는 것의 목적이지 않을까.
좋은 일은 그저 한때의 운인 것만 같고, 나쁜 일들은 제자리를 찾아온 것만 같던 날들.
책의 뒤표지에 쓰여있는 것처럼 낯익은 감정을 공유하는 낯선 이들을 만나면 왜 이리도 반가운지.
다르지만 닮은 우리들. 무명의 감정들 사이에서 우리는 또 살아가고 살아내야 함을 느끼면서 나와 비슷할 우리들에게서 위로를 얻는다.
버티는 것만이 옳다고 믿었던 날들.
떠나온 것이 있다면 새롭게 도착하는 것도 있기 마련이라는 것을 늦게, 어쩌면 적절한 시기에 알게 되었다.
아마 저자 또한 비슷하지 않을까. '무명(無名)' 이름을 붙이지 않았기에 어떠한 감정도 될 수 있음을, 그리고 우리가 이름 붙이지 않았으나 분명했던 수많은 감정들. 자신의 감정을 안다는 것은 자신을 안다는 것이다. 나를 알기 위해서는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알아야 한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일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요즘, 적절한 책이었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