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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즐거운 어른
  • 이옥선
  • 15,120원 (10%840)
  • 2024-08-26
  • : 36,670

 책을 읽다 보면 가끔 “이 사람은 말을 참 안 꾸민다” 싶은 순간이 있다. 이옥선 작가의 '즐거운 어른'이 딱 그랬다. 꾸밈이 없다. 돌려 말하지 않고 미화하지 않았다. 쓴맛도, 뒷맛도 없이 그냥 한 문장, 한 문장을 가감없이 던져 그려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말들이 더 깊이 들어왔다. 세월을 정면으로 돌파해 낸 자가 말하는 -어쩌면 듣기 좋게 다듬어진 말보다- 그런 솔직한 말이 더 크게 와닿았다.


 이옥선 작가는 올해 일흔여섯이다. 나보다 한 세대 위. 하지만 책을 읽으며 부모님 생각이 나기보다는, 오히려 내 자신의 일상에 더 자주 눈이 갔다. 요즘 나는 어떤 어른인가. 이 나이에, 이 자리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세 아이를 키우고, 집과 바깥일을 오가며, 나는 ‘가장’이라는 말에 묻혀 살고 있는데.. 과연 나는 지금 나로 존재하는 이 모습이 마음에 드는가,와 같은 물음들이 이어졌다. 그런 한편으론 그녀의 직설적인 문장 속에서, 삶의 방향과 세기를 고민하는 내가 조금은 우습게 느껴지기도 했다.


 '즐거운 어른'은 다른 의미에서는 삶을 반추하게 하는 책이다. 하지만 어떤 교훈이나 감동 같은 걸 건네려 하지는 않았다. 그냥 ‘그렇게 살았다’, 그리고 ‘이렇게 살고 있다’고 말할 뿐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그것도 쉽지 않았을 거다. 삶을 편집하지 않고 보여주는 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니까.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거나, 눈물이 맺힌다거나 하진 않을 거다(나만 그럴 수도..). 대신 오래 남는다. 문장보다는 어투가 기억에 남고, 때로는 다시 곱씹으며 내 상황에 맞게 대입 혹은 가정해보게 됐다. 그런 식으로 남았다.


 작가의 딸은 김하나 작가다. 이미 알고 있었던 지라 그 관계를 떠올리게 되기도 했다. 나는 김하나 작가의 책도 좋아해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는데, 두 사람 모두 말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자기 방식으로 말하는 것’에 있어서는 꽤 닮았다. 나 역시 아버지다. 아직은 아이들이 내 얘기를 잘 들어주는 나이라 그저 고맙지만, 언젠가 내가 했던 말들이 그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남게 될지, 문득 궁금해지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모녀 작가라는 관계 속에 내 아이들의 미래까지도 연결시켜 보는 계기가 되어 재밌었다. 언제까지라도 아이들과 책으로 하나되길 바라는 마음이 살며시 생겨남을 느꼈다.


 어른이 된다는 건, 뭔가를 더 갖게 되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걸 하나씩 덜어내는 일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런 삶의 결을 보여준다. 특별한 이야기는 없다. 다만, 한 사람이 자기 인생을 솔직하게 돌아보고, 그대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 그 자체로 충분한 책이지 않나,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이게 인생이다. (중략) 모든 것은 허망하게 끝이 나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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