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옳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Nabo 2022/04/03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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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벼랑 위의 집
- TJ 클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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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 - 2021-11-18
: 2,145
아이를 좋아하나요? 동화 같은 이야기를 좋아하나요? 만약 그렇다면 이 책을 추천드립니다. 마치 노을이 지는 한강 공원 푸른 잔디밭에서 해맑은 아이가 불어놓은 비눗방울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습니다. 빛에 따라 각양각색으로 알록달록 빛나는 비눗방울처럼, 존재만으로 소중하고 각자만의 빛으로 빛나고 있는 6명의 아이가 기다리고 있답니다. 그들과 짧고도 특별한 만남을, 그리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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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가 자기 한 내용과는 별개로 저에게 혐오에 대한 많은 생각을 던져주었습니다. 책에서는 마법적 존재 6명의 아이가 등장해요. 노움과 숲의 정령, 와이번, 개로 변신할 수 있는 아이, 종족을 알 수 없는 초록색 덩어리 그리고 세상을 멸망시킬 수 있는 악마의 아들까지. 듣기만 해도 무시무시하지만, 알고 보면 그저 장난기 많고 귀여운 아이들일 뿐이랍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초월적 힘을 가진 아이들을 두려워하고 배척하며 혐오합니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저도 책이 말하는 바와 같이 그저 아이들이 행복하기만을 바랐습니다. 하지만 어느순간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게 정말 맞는 걸까? 이들을 아무 제한없이 내버려둬도 되는 걸까?’. 이 아이들은 너무나도 강력한 존재입니다. 의지만 있다면 사람을 내던지고 뒤틀려 죽게 할 수 있으며 잠깐의 실수로 다른 사람의 몸을 영원히 바꿔버릴 수 있습니다. 심지어 세상의 멸망을 가져올 힘도 가지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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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누가 혐오는 해선 안 된다는 걸 반대하는 정신 나간 사람이 있을까요. 특히나 어린 아이들을요. 당연히 혐오는 절대 해선 안 되는 겁니다. 하지만 조금 객관적으로 생각하면, 분명 이들은 두려울 수 있는 존재예요. 아이들과 너무 잘 알고 있는 우리들은 얘들이 얼마나 착하고 무해한 존재인지 알고 있지만 제 3자는 아니라는 거죠. 생각해봅시다. 옆집에 사자를 키우고 있는 거예요. 주인은 말하겠죠. ‘우리 아이는 착해서 절대 안 물어요.^^’. 분명한 진실일 거예요(주인에 한해서). 그 말만 믿고 목줄도 없이, 입마개도 없이 사자가 산책하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잠깐의 실수가 초래할 위험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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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두려운 존재를 피합니다. 학창 시절에는 일진 무리를 피해 학교를 다녔고 길에서 사자를 본다면 도망칠 거예요. 하물며 옆집의 악마라니. 손짓만으로 날 죽일 수 있는 존재라니. 세상을 멸망시킬 존재라니. 집이고 뭐고 당장에라도 도망치고 싶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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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정부는 강력한 힘을 지닌 마법적 존재들을 등록하고 관리하고자 합니다. 주인공들은 그런 등록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죠. 하지만 생각해보면, 평범한 사람들도 모두 등록을 합니다. 주민등록증 말이에요. 거기에 어떤 힘을 지니고 기술을 갖게 된다면 추가로 등록을 또 합니다. 힘을 가진 사람들에게 더 엄격한 자격을 증명하고, 증명받은 존재들만 해당 힘 또는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거죠. 예를 들면 운전면허증이나 총포소지허가증 같은 거요. 아무나 운전을 하거나 총을 소지하게 할 수 있도록 하기엔 너무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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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아이들이 원해서 강력한 힘을 지니게 된 건 아니겠지만 아무 관리 없이 그냥 내버려두기엔 너무 위험한 존재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어요.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릅니다. 아이언맨이 괜히 히어로 등록제를 찬성한게 아닐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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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더 여러 가지 생각들이 떠올랐으나 그럼에도 아이들이 자유로울 수 없고 혐오 받는 사회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타고난 악이 평범한 양육을 통해 극복될 수 있다는 믿음을 저도 갖고 싶거든요. 그러면서 또 두렵기도 하고. 결국에는 무엇이 옳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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