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여행서를 많이 읽어봤다. 여행다니는 걸 좋아하기도 했고, 여행이 주는 설렘에 다른 사람이 간 여행기를 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두근거리는 게 좋았다. 하지만 너무 읽은 탓일까. 어느 순간 모든 여행서가 다 비슷해 보이기 시작했다. 낯선 장소에 대한 설렘, 모르는 사람과의 만남, 그리고 여행에 대한 찬양.. 분명 사건들은 달랐지만 구성이 비슷해서 일까. 다 거기서 거기란 생각에 더 이상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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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쯤인가 내가 여행다니는 것도 지루해졌던 거 같다. 여행을 떠나기 위해 신경써야 할 것도 많았고, 가서도 딱히 즐겁지 않았다. 여행의 권태기였던 걸까. 이제는 더 이상 자발적으로 여행을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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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일상에 네이버 책문화판을 뒤적거리다 <지리학자의 인문 여행>을 알게 됐다. 지리학자는 여행을 어떻게 할까? 순간 궁금증이 몰려왔다. 여행지의 지리적 특성을 알고 나면 그 지역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여행에 인문을 붙이는 건 많았는데 지리학이라니 적어도 내가 접한 여행서들 보다 특별해 보였다. 어쩌면 이 책이 내 여행 욕구를 다시 불지피지 않을까란 기대가 됐다. 그렇게 더미북을 신청에 읽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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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더미북에는 지리학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다루고 있지 않았다. 다른 책과 마찬가지로 여행자로서 여행을 어떻게 바라봐야하는 지를 좀 더 다루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더미책이 프롤로그의 느낌으로 워낙 짧았고, 잠깐 나온 지리학의 내용은 충분히 좋았기에 본 책이 궁금해지기는 한다. 과연 지리와 여행 그리고 인문을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