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은 이미 한낮이 되었는데, 배의 이동에 관한 일은 아직 듣지 못했고 또한 탯는 어제 밤에 풍우가 있었는데도 안부를 묻지 않았다. 안파나 서천의 정황과는 매우 달랐다. 땔나무 역시 다 썼는데 여전히 더 지급되지 않고 있었다. 그 마음씀이 매우 소홀한 것 같았다. 또한 대저 대영은 의장을 꾸미고 행렬을 아름답게 하였고, 우리 배 위에서도 자주 품속의 거울을 꺼내어, 눈썹과 머리카락과 입술과 치아를 매만졌다. 이처럼 평상시에 오직 용모만을 꾸미므로, 배 안의 사람들이 모두 부녀관인이라고 불렀다. - P384
대영이 올 때는 반드시 시종하는 자가 여러 명이 있다. 이 날은 시종하는 사람 중에서 ...... 선창으로 올라가서 나의 칼을 엿보았다. 창은 배의 들보게 걸려 있었는데, 종이 주머니로 싸두었다. 그가 창을 싼 종이주머니를 찢으려 하였다. 종복인 곤자는 바로 그를 제지하였고, ..... 나 역시 거듭 금지 명령을 내렸다. .... 곤자는 이내 몸짓과 말로 그에게 엄하게 금지 시켰으나 그는 드디어 창의 주머니를 찢었고, 창집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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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이 글로 말하기를,
"...........조금 전에 보았듯이 귀하의 종복이 내가 거느리는 사람을 구타하였으니 무례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러한 뜻으로써 아랫사람을 잘 살펴서 엄하게 경계하여 타일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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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답하기를,
."..........또한 종복이 싸움을 했다고 귀군께서 무례하다고 저를 책망하시는데, 조금 잘못된 것이 아니겠습니까? 귀하의 부하가 저의 창의 바깥집을 파손시켰습니다. 그래서 저의 종복이 제지하였는데도 귀하의 종복이 듣지 않아서, 이에 목재를 들고 때렸고, 귀졸 역시 목재를 들고 대항하였습니다. 이러한 연유로 지금과 같은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귀하의 부하도 예가 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우리들의 창이란 것은 즉 우리를 나타내는 표상이어서 감히 가볍게 보고 업신여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 일에 엄한 벌칙을 내린다면, 귀하의 부하를 먼저 다스려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 저의 종복 역시 예가 있어야 함을 보여줌이 마땅합니다."- P3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