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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ㅁㅁ

그는 내 마음을 읽으려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쳐다보았다.
지금 이 방안은 마치 착시 현상에 단골로 소개되는 그림 같았다. 어떻게 보면 꽃병이고 다르게 보면 두 사람의 옆얼굴인. 공작원으로서의 그와 나는 이 전쟁의 서로 다른 편에서 다투고 있었다. 하지만 부모로서의 우리는 우리 아이들이 자유롭게 숨 쉴 권리를 요구하는 같은 편이었다. 정향 냄새가 가득한 방안에서 우리는 선택의 순간을 감지했다. 서로 대립하는 얼굴이냐, 아니면 하나의 꽃병이냐.- P345
"알리섬이에요." 그가 새하얀 꽃송이를 가지에서 떼어 관광 지도 위에 가지런히 놓으며 말했다. "맛은 브로콜리와 비슷하죠." 그는 웃으며 꽃송이 하나를 입에 쏙 집어넣었다. 이것 역시 안심해도 된다고 내게 확인시켜주는 행동이었다.
"천식에 좋나요?" 내가 물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교환하죠." 내가 꽃송이 하나를 집어 들자 그는 정향유의 냄새를 맡았다. 새로운 음식을 맛보는 아이들처럼 둘 다 조심스럽게 코를 찡긋거렸다. 그리고 서서히 둘 다 웃음을 터뜨렸다.- P345
나는 이 목걸이와 함께 우리의 진정한 자아를 한쪽으로 치워두고 조이가 다른 이름에 반응하도록 가르치는 삶을 상상해보았다. 브리핑을 듣고 접근 방법을 검토했다. 상당히 안정적인 작전이었다. 그들이 옳았다. 이러면 상대를 속이고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하지만 왠지 거기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회의실의 화이트보드 앞에 여럿이 둘러서 있는데도 거울이 끝없이 늘어선 복도에 서 있는 것만 같았다. 우리가 지금까지 사용한 속임수와 앞으로 이 작전으로 인해 펼쳐나갈 속임수들을 비추는 거울이었다. 선의의 거짓말로 무장한 화이트보드가 무한정 이어졌다.- P358
엄마는 내가 고군분투하는 걸 눈치챘다며, 진정한 자아를 찾고 그 안에서 살아가려 하는 나의 여정에 공감해주었다. 그리고 스파이세계처럼 실제 세상에서도 사람들은 연기를 한다고 가르쳐주었다. 그들도 똑같이 무언가를 잃을 위험- 비록 생명을 잃진 않더라도-에 처해있기 때문이었다. 나의 예전 세계가 두려워한 위험은 타임스퀘어에서 핵배낭이 터지는 거였다. 하지만 연인의 쌀쌀한 비웃음이 폭탄보다 강력하지 않다고 누가감히 단언할 수 있을까? 여기서 문제는, 그렇다고 갑옷을 입으면 똑같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거였다. 거짓말로 쌓은 관계, 억지로 강한 척하며 맺은 관계는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P364
연기를 하면 우리는 관계에서나 지정학적 위치에서 스스로 강해진 것처럼 느낀다고 엄마는 말했다. 그럼 안심하게 된다. 하지만 연기는 평화나 권력을 쌓아올리기에는 너무나 조잡한 기반이었다. 그러면서엄마는 자신도 한때는 스스로 느낀 그대로 보고 말하고 행동하는 걸 두려워하는 자기 확신이 없는 젊은 엄마였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그런 연약한 면이 역설적으로 자신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주었다고 했다. 이렇게 얻은 힘과 ‘진짜‘ 자아가 우정과 두 번째 결혼을 견고하게 지탱해주었다. 모든 게 괜찮은 척 연기하던 젊은 시절에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방파제에 부딪히는 파도를 바라보며 나의 반석이자 앞길을 비쳐주는 등불 같은 사람을 내게 엄마로 선물해준 우주에 감사했다. 갑옷이라는 허식 없이 마음을 열 때 더욱 강력해진다는 걸 나도 느낄 수 있었다. 카라치나 팔루자, 알레포에서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P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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