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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시겠는지. 둘이 결혼한 이유는 ‘두 줄‘이 아니었다. 임신 공격도 아니었다. 그것은 최초에 한하여 유효한 개념이므로, 각기 다른 의도가 결국 같은 결과를 빚어내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부부는 천생연분이었다. 자식을 넷이나 뒀다는 것도 그 증거였다.- P102
지금 누가 창피하고 누가 무서운데. 내가 더 창피해, 네가 더 무서워. 그토록 바라던 일 아니었나. 누구 보여줄 것도 아닌데 왜 여자 옷을 입나. 숫기만 있었어도 그 조그만 단칸방에 월세를 내지 않아도 되었을것이다. 밖에 나가지도 못할 성격으로 어떻게 이런 과격한 취미를 갖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때 정수리 가발 사는 걸 말리지 않았더라면, 은협은 이제는 익숙해진 방식으로 후회했다. 가만 놔뒀더라면 집에서 쫓겨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속이 터졌지만 보일 씨를 어르고 달랬다. 저 큰 구두를 자신이 신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보일 씨가 해야 했다. 최소 백 번은 신어야 본전일까 말까 했다.- P103
내가 민희를 예뻐할 수있는 건 내 애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아기는 잠깐 볼 때 가장 예뻤다.- P129
만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시간에는 귀가 없으므로 아무리 기구한 사연을 들려준다 한들 정직하고 성실하게 흐를 터였다.- P133
셋째 아이는 아파트 청약 가점을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나곤 했다. 모든 셋째 아이가 청약 키즈는 아니었지만 모든 청약키즈는 셋째 아이였다.- P136
새콤달콤이 있었으면 나는 살아갈 수 없었다. 없었어도 살아갈 수 없었다. 새콤달콤이 있는 우주, 새콤달콤이 없는 우주, 우주가 분기해도 결과는 같을 터였다. 경찰은 귀찮은 기색 없이 사진 파일을 뒤적였다. 차 안에서 새콤달콤이 발견되었는지 아닌지를 내게 알려주었다. 나는 들었고, 한쪽 우주로 갈라져나왔고, 살아남았다. 그렇다고 한다면 이 우주는 어떻게 된 우주인가?-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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