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나는 누스바움의 해석처럼 통제권의 상실에서 오는 치욕을 따뜻한 보살핌으로도 보상받지 못하는 늙은 왕의 정신적인 혼란을 들여다보게 된다. 한때 그는 한 국가를 통치하던 오만한 왕이었고, 세 딸과 사위에게 받을 존경과 사랑은 그저 당연하다 여겼다. 그러니 이 모든 것을 잃은 순간, 어느 누구라도 정신을 잃고 광야를 헤매지 않을까. 리어왕의 불행은 바로 육체의 노화와 함께 찾아오는 정신적인 상실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데서 온 것이 아닐까.- P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