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역시 파트너 바꿔 보자."
그 말을 듣는 순간부터 내 감정은 분명했다. 그러기 싫었다. 그 ‘싫다‘는 명확한 의식이 당황스러웠다. 최재호와 파트너를 하기 싫다가 아니라, 강유리를 빼앗기고 싶지 않은 마음. 도대체 이게 무슨 욕심이란 말인가. 발레를 배우겠다고 결심했던 이후로 이런 욕심을 부려 본 적이 없다. 나는 그냥 춤을 추는 것 그 자체면 되는 사람이었다. 무대에 오르지 못하는 발레리나라는 사실이 그렇게까지 충격적이지 않은 까닭은 내가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이토록 명확하게 강유리랑 파드되를 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것일까.- P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