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생활을 ‘시켜주면 좋겠다는 생각은 지금도 종종 한다. 카리스마 없는 내가 말 안 듣는 나를 돌보는 이 비극의 고리는 언제 끊길 것인가.- P300
대체로 만족스럽게 나이 들어가는 중에 아쉬운 것 한 가지는 나에게도 어른이 있었으면 하는 것뿐이다. 가끔 꾀병에 눈감아주고, 어제 소영이가 아파서 숙제(원고)를 못 마쳤다고 학교(출판사)에 전화해줄 어른 말이다.- P301
혹시 나는 ‘나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는 말 뒤로 숨었던 게 아닐까? 나 자신도 어른이면서 아닌 척하느라고, 겸손한 외양을 하고 존경하는 어른의 이름을 읊어온 것 아닐까? 그분들을 마음으로부터 공경하는 것과 별개로, 그렇게 ‘좋은 어른‘이 되는 건 먼 훗날의 일로 미룬 것 같다.
어른이 된 지 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그 말은 ‘훌륭한 어른‘한테 여러 책임을 떠넘겼다는 뜻도 된다. 내 생각이 지나친 걸까?- P303
알고보니 어른의 어른은 알람이었다.- P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