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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고 차한잔 좋죠
  • 콩쥐 팥쥐
  • 송언 글
  • 9,900원 (10%550)
  • 2009-06-25
  • : 183

오랜만에 제대로 된 콩쥐 팥쥐를 만나서 행운이었고 그래서 행복했다.   

그 동안 내가 만난 <콩쥐 팥쥐> 이야기와는 사뭇 달랐다.   

기존의 <콩쥐 팥쥐>는 뒷부분에 가서 콩쥐를 연못에 빠뜨려 죽이려 했던 팥쥐와 그의 어머니는  

감옥에 갇히는 벌을 받지만 콩쥐의 용서로  팥쥐 모녀는 잘못을 뉘우치고 착하게 살게 되고,  

콩쥐도 원님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심지어는 너무 요약한 나머지 잔치집에서 신발이 콩쥐에게 꼭 들어 맞자  팥쥐 모녀는 그동안의 

잘못을 원님에게 들킬까봐 멀리멀리 도망간다는 허탈하고 꽤 실망스러웠던 이야기도 있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콩쥐를 연못에 빠뜨려 죽인 팥쥐는 법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된다. 

바로 그 점이 <콩쥐 팥쥐>를 다시 한번 돌아 보게 했다.  

동화이다보니 약간 섬뜩했다. 아이들이 느끼기에  좀 잔인하진 않을까?  

실제로 나의 이런 우려와는 전혀 달리 두 딸내미들의 반응이 재미있다. 

초등 1학년인 동생은 "그러게 콩쥐한테 왜 그렇게 못되게 굴었어? 콩쥐 좀 자그만치 부려먹지! 

그러니까 벌받지! 팥쥐 엄마는 너무 바보같애!" 라고 한다.  

그래서 내가  "그래도 팥쥐엄마랑 팥쥐가 너무 불쌍하지 않아?"하고 묻자,  

초등4학년인 큰딸이 두 주먹을 흔들면서 "아냐, 난 아~주 시원하고 후련해!"라고 한다. 

역시 아이들에게 살인하는 것은 정말 나쁜 거고, 반드시 벌을 받는다는 사실만큼은 정확히  

들려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팥쥐의 시체를 팥쥐 어머니에게 보내진 대목에서 아이의 잘못은 부모의 책임도 또한 

크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요즘 아이들을 보면 동심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 듯하여 가슴이 아프다.  

무엇이 그들을 힘들게 하고 갈 곳 몰라 방황하게 만드는가! 

남을 밟고 올라가야만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는다. 지나친 자식사랑이 아이를 망치기도 한다. 

그 배후에는 아이들을 쥐어 짜는 부모, 어른들의 이기심이 있다. 

아니라고 부인해도 가끔 나도 그 범주에 있다는 생각이 들때면 몹시 부끄럽다.  

우리는 팥쥐 모녀의 결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한편, 가난하게 태어 나서 새어머니의  온갖 구박에도 한마디 원망 없이 자기 할일을  묵묵히

해 나간 콩쥐는 검은 소랑 두꺼비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뜻하지 않게 참새 떼와 선녀와 같은 행 

운도 만나게 된다는 점은 아이들의 가슴 속에 꿈과 희망을 심어 주게 될 것이다. 

또한 원님과 결혼해서 아들 딸 많이 낳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미래도 꿈꾸게 될 것이다.  

콩쥐가 귀신이 되어 원님 앞에 나타나는 대목도 참 재밌었는데 귀신도 소복 입고 머리 푼 귀신 

이라면 무서울 수도 있겠지만 아주 어여쁜 모습으로 나타나 슬기롭게 원님에게 자신을 알린다.  

역시 작가의 재치가 엿보인다. ^^ 

마지막으로 "애플트리 태일즈"  란 출판사는 나에겐 좀 생소한데 몽키마마 우리 옛이야기 1권이 

<콩쥐 팥쥐>인 것을 보니 첫단추는 잘 끼운 것 같다. 

고마운 것은 아무리 책 내용이 좋아도 그것을 담는 그릇이 받쳐 줘야 빛이 나는 법인데,  

그림 아, 정말 예쁘다!, 책 모서리 부분은 둥글게 처리하는 세심함, 화가의 배려로 한지를  

사용해 책의 질감과 색채가 부드럽다 . 글로벌 시대에 걸맞게 뒷부분에 영어 번역판까지  

실어 주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100가지 민족 문화 상징까지 실어서 자랑스런 우리 것을 알게 해 주었다.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책을 만든 것 같다. 

이 모든 점이  내가 그토록 애타게 찾던 바로 그<콩쥐 팥쥐 >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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