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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군님의 서재
  • 프랑켄슈타인 (무삭제 완역본)
  • 메리 셸리
  • 7,920원 (10%440)
  • 2021-05-21
  • : 12,480



1. 푸른 얼굴, 나사못이 박힌 머리, 큰 덩치의 좀비같은 모습의 프랑켄슈타인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하다. 하지만 그 원전이 되는 멜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읽어볼 생각을 하지 않다가 현대지성에서 서평 협찬을 받아 읽게되었다.


2. 읽으면서 가장 당황스러웠던 점은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의 이름이 아니라 괴물을 만든 박사(사실은 학사 ㅋㅋ)의 이름이었던 것이다. 그 다음으로 의외였던 점은 작품이 굉장히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고 철학적이라는 것이다. 읽기 전까지는 단순히 프랑켄슈타인은 유명한 서양 괴물이 나오는 책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과연 고전명작이긴 하구나 싶었다.


3. 내용은 상식과 크게는 다르지 않았다. 주인공인 프랑켄슈타인이 죽음을 초월하고자 인조인간을 만들었으나 그 인조인간이 제어되지 않고 폭주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디테일이 새로웠다. 자신이 만든 생명체가 흉측하고 악행을 하는 생물이었기 때문에 창조한 입장으로 책임을 느끼는 프랑켄슈타인(창조주)과 처음에는 창조주에게 애정과 보살핌을 갈구하고 인간사회에 속하려 했으나 지속되는 혐오와 멸시로 인해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한 고뇌를 하며 타락해가는 괴물(피조물)의 모습을 잘 나타냈기 때문이다.


4. 작품에 대한 해석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생명을 창조해내고 자신만만하던 주인공이 결국 피조물을 통제하지 못하고 자신의 친지를 모두 잃어버리고 인생이 파괴되는 것을 보고 발전된 과학기술을 통제하지 못한 인간의 모습을 비유한 것이라는 관점도 있다. 또, 프랑켄슈타인이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도 그의 흉측한 외모나 기괴한 음성때문에 그 속에 있는 따뜻하고 여린 성품을 세상과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고 차별했다는 점에서 소수자 차별로 해석하는 관점도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후자가 더욱 공감이 갔다. 읽으면서 원하지 않는 임신이나 출생 후 가정환경이 나빠져 아이의 탄생과 성장에 부모가 기뻐하지 않고 냉대와 무시를 해 결국 아이는 범죄자가 되는 이야기가 상상이 된다.


5. 부제가 현대의 프로메테우스인 것을 보면 전자의 해석이 타당하겠지만, 그 해석으로는 피조물의 고뇌가 반영되지 않아 아쉬운 점이 있다. 실제로 책을 읽어보면 창조주와 피조물의 고뇌와 고민이 잘 느껴진다. 창조주는 창조주 나름대로 프랑켄슈타인의 첫 탄생때부터 흉측한 외모에 놀라 도망가 상처를 입힌 잘못이 있지만, 주변 친지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을 무릅쓰고도 악행을 저질렀고 앞으로도 사회에 해를 끼칠 수 있는 피조물에 대한 책임감으로 그에게 행복보다는 죽음을 선사해야되는 입장이 이해가 간다. 반면에 피조물은 피조물 나름대로 각종 선행을 하고 인간 지성에 대한 공부를 했으나 반복되는 멸시와 목숨을 위협하는 공격을 받고 결국 인간과 사회에 대한 분노로 살인을 저지를 수 밖에 없는 입장도 이해가 간다.


6.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제일 고민이 됬던 지점은 결국 '누가 괴물을 만들었는가?' 이다. 프랑켄슈타인은 외모는 흉측했으나 처음부터 괴물이라고 보긴 어려울 정도의 심성을 갖추고 선행을 베풀었다. 반면에 창조주를 포함한 인간들은 외면만 보고 피조물을 이해하려하지 않고 해하고 공격하려 들어 결국 피조물이 진짜 괴물이 되게 만들었다. 물론 살인자가 불우한 과거를 갖고 있다고 해서 면죄부가 되지는 않는 것처럼 좋지 않은 배경이 피조물의 악행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책 속의 피조물도 인정함) 하지만 누구 한명이라도 피조물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따뜻한 시선을 보냈다면 그는 진짜 괴물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마지막 브레이크가 풀리기 전에만 해도 피조물이 원했던 것은 복수가 아닌 자신과 같은 종족의 배우자였다)


7. 만약 해석을 '소수자'에 대한 차별로 이해한다면 일반적인 사람들의 악의 없는 오해와 편견이야말로 소수자들이 괴물로 돌변하게 되는 원천이라고 볼 수도 있다. 여러가지 의미로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8. 또한, 작가가 여성이었기 때문에 처음엔 남편의 이름으로 출간됬다가 남편 사후 개정판을 내면서 본인의 이름으로 냈다가 각종 악평에 시달렸다는 배경이 있다. 메리 셸리는 그러한 차별 속에도 불구하고 작품활동을 꾸준히 했고 괴물이 아닌 문학의 지평을 넓힌 여성작가로 우리들에게 기억되고 있다는 건은 의미심장하다.


* 본 서평은 현대지성의 협찬으로 제공되었습니다.

창조주여, 제가 부탁했습니까? 진흙에서 나를 빚어 사람으로 만들어달라고? 제가 애원했습니까, 어둠에서 절 끌어내달라고?
이것이 내가 베푼 일에 대한 보상이었소! 한 인간을 죽음에서 구했는데 보답으로 나는 이제 살과 뼈가 으스러지는 끔찍한 고통으로 몸부림쳐야 했던 것이오. 조금 전까지 품고 있던 호의와 온정이라는 감정은 사라지고 이가 갈리는 지옥같은 분노만 남았소. - P180
내 이익을 위하려고 영원히 이어질 후세대에 이런 저주를 남길 권리가 내게 있는가? (중략) 미래 세대가 나를 인류의 역병 같은 자로, 즉 제 한 몸을 건사하려고 전 인류의 생존을 주저 없이 희생양으로 삼은 이기적인 존재로 저주할 것이라는 생각에 전율이 일었습니다.- P216
"인간은 누구나 가슴에 품을 동반자를 찾고 짐승조차 짝을 찾는데
나만 혼자여야 한단 말이냐? 내게도 사랑의 감정이 있었지만, 돌아온 건 혐오와 경멸뿐이었어. 너라는 인간, 날 증오해도 좋다. 하지만 조심해! 앞으로 너는 공포와 불행으로 시간을 보내게 될 거고, 곧 벼락이 떨어져 네 행복을 영영 앗아갈 것이다. 나는 참담한 불행에 빠져 허우적거리는데 네놈은 행복할 것 같으냐? 다른 열정은 다 짓밟혀도 복수심은 남는다.-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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