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해적
#시모다마사카츠_글_그림
#봉봉_옮김
#미운오리새끼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생각나는 그림책을 만났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원하는 이들에게 나누는 삶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죽은 해적>의 주인공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온통 검은색 바탕에 하얗게 해골 무늬가 담겨있는 표지는
책 내용을 예상하기에 적절한 시그널이다.
그 누구보다도 자신만만했던 해적 선장은 한가지 허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늘 술에 취해 있어 적의 공격을 피하기 어려웠던 일이다.
‘풍덩’ 바다에 빠뜨려진 그 순간에도 몽롱한 정신 속에서
자신이 가라앉고 있는지 공중에 떠 있는지조차 분간이 어려웠다.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는 해적에게 상어가 다가와 모자를 요구한다.
거절해 보지만 결국 모자는 상어의 머리 위에 얹혀지고 만다.
쭈글 물고기에게 이빨을, 작고 파란 물고기에겐 손톱을,
초롱 아귀들에겐 두 눈을......
해적은 처음엔 자신의 것을 붙들지만 차츰차츰 자신이 죽어가고 있음을 깨닫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 준다.
죽음이라는 것은 모든 것의 멈춤이다.
뼈만 남아 바다 깊은 곳에 해골로 남은 해적 선장은
그 모습으로 바다의 친구들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여겼다.
그러는 사이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나눠 가진 바다 친구들이
늘 곁에 머물러 주며 자신과 함께 해주었다.
나를 포기하고 새로운 생명을 살리는 일은
결국 나의 영원함을 이어가는 방법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얼굴도 모르는 수 많은 위인들의 삶이 그런 삶이지 않았을까?
그 분들의 삶 속에서 나누고, 져주고, 때론 앞장섰던 모습들이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끊임없이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이
이 책을 통해 구체적으로 다가왔다.
난 무엇을 어떻게 흘려보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