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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초코머핀  2025/12/05 21:13
  • 변신
  • 프란츠 카프카
  • 12,420원 (10%690)
  • 2025-10-31
  • : 50

카프카의 변신을 읽었다. 사실 너무나도 유명한 작품이고 또 대부분 여러 번 읽어본 작품이라 한 번 더 읽을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카프카가 원래 이 책의 제목인 '변신'을 비롯한 세 개의 작품을 '아들'이라는 하나의 제목으로 출간하려 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어졌다. 또 - 누구나 그렇지만 - 고전 문학은 읽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과 함께 스쳐 지나간 문장과 단어들을 발견하게 되는 재미도 있기에.

먼저 첫 작품 '화부'는 가정부와의 스캔들로 미국으로 추방된 듯이 보내진 카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배에서 만난 화부(난로공)의 이야기를 듣고 그를 변론하려 하지만 뜻대로 되질 않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배 안의 선원들의 권력 구조의 민낯을 마주하게 되고 결국 삼촌의 도움(?)으로 상황을 벗어난다. 스스로 무언가를 해보려 하지만 부조리한 권력 구조로 상징되는 무언가에 의해 좌절되며, 결국에는 자신의 의지가 아닌 삼촌의 도움으로 상황을 모면하게 되는 그런 구조를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선고' 역시 비슷하다. 주인공 남성 '게오르크'는 아버지와는 늘 대립관계 속에 있다. 그리고 그는 한 처녀와 결혼을 하며 억눌린 상황 속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아버지의 죽음을 말하는 선고에 그냥 스스로 물속에 빠져 죽음을 택한다. 권위에 굴복하고, 근거 없는 죄책감에 스스로 무너지고 만다.

'변신'은 알다시피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의 존재가 정말 벌레만도 못한 무언가로 몰락해가는 장면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 지던,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의 죽음은 마치 너라는 존재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것만 같다. 그레고르가 죽고 나서 오히려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하는 가족들의 모습은 그래서 더 충격으로 다가온다.

권위와 개인의 충돌 속에서 소외되고 정체성을 잃어가는 주인공인 아들들의 모습은 카프카의 자전적인 모습과도 닮아있다. 설명되지 않은 죄의식과 부조리한 사회상을 말한 것이라고만 하기에는 여전히 설명되지 않은 무언가가 많다. 개인을 압도하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극복하지 못한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카프카는 과연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걸까. 세상은 절대로 합리적이지 않으며 우리가 생각한 규칙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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