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책이다. 퀴어 문학이라는 점도 그렇지만 표지와 구성 그리고 디자인도 색다르다. 기존의 고전 세계문학이나 일반적인(?) 현대 문학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조금은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이 책을 두고 평한 전문가분들의 이야기나 수상 기록(2023년 전미 도서상 수상)을 본다면 이 책의 독특함이 특별함과 새로움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한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야기의 화자는 이름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젊은 남성이다. 그는 기억이 군데군데 끊긴 상태로 오래전 정신병원에서 잠깐 스친 적이 있는 푸에르토리코계 게이 남성을 찾아간다. 후안 게이는 한 요양 시설 같은 곳에서 죽음을 앞두고 있고.
후안은 화자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한다. 20세기 초반 퀴어 연구자인 잰 게이가 남겼으나 사라져 버린 연구와 인터뷰 기록을 다시 찾아 이야기해 달라는 것. 잰 게이는 수많은 동성애자, 트랜스젠더와 인터뷰했지만 그 기록들은 누군가에 의해 검열되었다.
그래서 소설은 - 내가 특이하다고 생각한 - “검게 지워진 자리”에서 시작한다. 화자는 후안과 나누는 대화와 회상 그리고 각종 자료들을 교차시키면서 읽어버렸던 퀴어의 아카이브를 하나씩 복원해 나간다. 이렇게 줄거리는 기억의 흩어진 조각들을 더듬어 찾아가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마지막에 화자는 후안의 죽음을 지켜보며 그 이야기를 전달해 주라는 유언(?)을 받는 형태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구성의 다채로움과 자칫 글 읽는 흐름이 깨질 수도 있는 구조는 퀴어 문학과 LGBT라는 소재가 주는 이미지와도 닮아있는 것 같다. 최근의 정치적 이슈 때문에 DEI와 같은 다양성을 강요하는 어젠다가 오히려 불편하게 다가올 수는 있지만 같은 사람으로서 그리고 무언가를 그냥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측면에서는 한 번쯤 읽어볼 만한 내용이라 생각된다. 개인적으로는 단순히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넘어서 사건의 진실과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과정을 독자들이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는 메시지가 더 기억에 남는다. 누군가를 기억하고 기록한다는 것의 중요성 말이다.
지난주는 평소보다 일상감사 거리가 훨씬 많았다. 게다가 후배 한 명이 부재중이라 그 업무를 나눠하는 바람에 거의 스무 건 정도를 처리한 듯하다. 게다가 갑자기 우리 부서 자체 감사활동 보고서 작성도 맡게 되어 최대한 이번 주에 모든 일을 처리하려다 보니 한주가 금방 지나간 듯하다. 금요일에는 시험 감독으로 그리고 어제와 오늘은 대학원 과목별 과제를 각각 하나씩. 이렇게. 내일모레 교육을 다녀와서는 곧바로 보고서 작성에 집중해야 할 것 같다. 대략적인 작성 구조와 아이템은 어느 정도 추린 상태라 그나마 다행. 이제 25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올해 연말도 금방 그렇게 지나갈 것 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