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림원에서 펴낸 조지 오웰의 1984를 읽었다. 열림원 세계문학 시리즈의 일곱 번째 도서로 첨단 과학 기술과 상명하복의 관료 체계 하의 대중 통제 방식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는 게 특징인데, AI와 SNS를 통한 정보 통제와 중국의 안면인식 기술과 사회 신용 체계와 같은 요즘의 세태와도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특히 오세아니아와 유라시아, 이스트아시아로 구분된 3축 세계와 국지전과 같은 전쟁의 일상화 그리고 무기력한 사회상은 현재 진행 중인 사회의 모습과도 닮아 있는 것만 같다.
이미 여러 번 읽은 책이고 독자들 역시 여러 번 읽었으며, 읽지 않았다 하더라도 다양한 미디어와 세미나 등을 통해서 여러 번 접했을 내용이라 몇 가지 인상적인 부분만을 이야기해 볼까 한다. 신기하게도 명작은 읽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과 생각을 줄 뿐만 아니라 이런 내용이 있었나 싶은 부분도 찾게 되는데, 뭐 아무튼 그래서 명작이구나 싶다.
일단 새말을 비롯한 기록과 언어의 통제 그리고 조작과 선동 부분이다. 조선이 들어서고, 일제가 우리나라를 침탈했을 때 가장 먼저 한 일이 바로 과거로부터의 역사서를 모두 태우거나 몰수한 일이라고 한다. 일본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조선은 스스로 왜 그런 일들을 한 건지 항상 의문이긴 하지만 아무튼 그런 과정이 1984에서는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또 언어의 통제를 통해서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과거로부터 이어온 전통 등이 사라지는 장면도 말이다.
실제로 구소련 시절에 빈번했다고 알려진 아이들이 부모를 신고하는 일 역시 이번에 읽을 때 눈에 들어온 부분이다. 파슨스 씨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나약해진 부모들과 사회와 조직의 병사(?)처럼 되어버린 아이들의 모습이 과거 역사와도 비슷해 보였다. 나중에 그 아이들은 자신이 벌인 일들을 어떻게 생각할지 그리고 그 아이들 역시 자신의 아이들에 의해 당할 일들을 생각하면 어떨지 상상이 되지 않지만.
책을 통해 그려지는 디스토피아적 모습은 요즘 영화나 넷플릭스에서 등장하는 콘텐츠 그리고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자연스레 떠올려지는 장면들인데 이런 모습이 조금이라도 익숙해졌다는 사실이 충격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주변을 압도하는 거대한 관공서, 정부청사, 군사 시설. 반복되는 디자인의 삭막한 공동주택 시설. 푸르름보다는 회색 빛깔이 어울리는 도시 외관까지 말이다.
자신이 하는 말이 모두 감청되고, 어둠이 아니라면 모든 움직임이 감시된다는 가정하에 살아야 했고, 그렇게 살아온 습관이 본능이 된다는 책 속의 문구를 다시 한번 읊어보면서 리뷰를 마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