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주제를 다루고 있는 책을 한 권 골라보았다. 바로 송길영 작가님의 새 책, '시대 예보 : 호명 사회'다. 이 책의 전작은 '시대 예보 : 핵개인의 시대'라는 제목의 도서인데 - 제목만으로도 어떤 내용인지 대략 유추 가능하다 - 스스로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고자 하는 핵개인의 탄생을 중심으로 앞으로 다가올 사회의 미래상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시대예보 두 번째 도서인 '시대 예보 : 호명 사회'는 이렇게 이미 탄생한 핵개인의 시대 그 이후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읽다 보면 알겠지만 인스타그램이나 스레드에서 본 글귀와 각종 언론 매체에서 다루고 있는 MZ 세대의 이야기들 그리고 사회와 개인의 변화에 대해 관심 있어 하는 사람들의 대화 속에서 한 번쯤 듣고 말했던 콘텐츠들이 어느 정도 정리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변화상'을 소개할 때 '과거와의 단절'과 '이전과는 전혀 다른 무언가'로 이야기하는 것은 '변화의 인과관계'를 모른 채 구분 짓기만을 좋아하는 저차원의 담론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폭력성에 기반한 혁명 이상의 무언가가 아닌 이상 모든 변화와 성취는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축적에 의해 촉발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세대들이 한때는 또 다른 세대의 문제이자 골칫덩이였고, 항상 서로가 서로의 적폐였던 시기가 있었기에 이를 견디지 못하고 무작정 내뱉기만 하는 일부 사람들이 결국에는 그 반작용에 의해 넘어지는 모습을 우리는 보았다.
저자가 말하는 핵개인의 시대를 지나 호명 사회로 넘어가는 과정도 이런 변화를 거쳐 더 좋은 어딘가로 향해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과도한 경쟁과 지나칠 정도의 개인화된 시뮬레이션을 거쳐 결국에는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는 상호 대등한 관계의 - 서로의 이름이 중요한 - 사회로 나아가간다는 거다. 그리고 이렇게 바뀌어가기 위해서는 AI 기반의 기술적 변화와 기후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 등 사회적 트렌드 변화도 잘 숙지하고 스며들어야 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인사이트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삶은 편리해졌지만 결코 편안해졌다고는 말할 수 없으며, 사람들이 어떤 상황을 현실이라 정의한다면 결과적으로 현실이 된다는 말이 그것이다. 나 역시 동의하고 또 한 번씩 이야기하는 말이기에 공감했던 문장이다. 합리적 인간을 정의하는 경제학에서도 실제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누군가의 행동에 영향을 받으면서 비합리적 행동을 한다는 사실이 이미 여러 연구와 논문으로 증명된 바 있다.
과거에 인정받은 성과와 능력은 새로운 시대에 와서는 폐기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성과와 능력을 폄하하는 또 다른 세대는 역시 앞으로 등장할 더 진보된 세대에 의해 더욱더 부정당하게 될 수 있다. 저자는 이럴 때일수록 꾸준히 하는 무언가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가령 가게를 차린다고 했을 때는 곧바로 히트를 치는 게 아니라 가끔씩 드나드는 사람들과의 계속된 소통과 긍정적인 피드백을 통해 누적된 경험치의 폭발이 더 중요하다는 거다.
직장 밖에서 서성이고 있는 사람과 직장 안에서 나름 잘 밟아나가고 있는 사람으로 - 단순하게 - 나누어 봤을 때 이 책이 가져다주는 느낌은 조금 다를 수 있겠다 싶다. 객관적으로 본다고 해도 어느 정도 치우쳐져 있음은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새롭게 다가올 시대의 변화에 대한 미래예측적 담론으로 보고 각자 어느 위치에서 대응해야 할지를 고민해 본다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AI가 시간을 줄여준다면, 우리 인간들은 이제 시간을 채우는 일 - 개인화된 경험의 감성적 연결과 사람들과의 대면을 통한 상호작용의 질을 높이는 일 - 을 해야 한다는 말의 숨겨진 의미를 잘 되새겨볼 필요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