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믿지 않는다 하더라도 옛날 성경 속의 유적지를 찾아보고 또 알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어느 정도 갖고 있지 않을까 한다. 최근의 국제 정세로 인해 이 지역에 대한 언급을 하는 게 몹시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으나, 저자인 권종렬 목사님의 글을 보면, 어느 한쪽으로 치우쳤다는 느낌보다는 성경 속의 말씀 속 장소들에 대한 순수한 경외감과 그 공간들을 따라가보는 이야기에 관한 글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강대국들의 야욕으로 인해 본래 삶의 터전과 또 다른 종교적 성지를 잃어버린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마음도 엿볼 수 있고.
이 책은 '베들레헴에서 욥바까지 인문 기행'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현재 이스라엘 땅에 있는 성경 속 유적지를 따라가면서 교회 역사 속의 의미와 저자가 느꼈던 감동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추천사의 글처럼 굳이 성지 순례라는 말보다 인문기행이라는 문구를 붙인 게, 일반 독자들에게 더 허들을 낮춰주면서 편안하게 잘 읽힐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같다. 또 유적지의 사진도 첨부되어 있어서 저자가 느꼈던 감동들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설령 자기 자신에게 어떠한 허물이 있다 하더라도 인간은 기본적으로 누구나 영적인 성장과 반성에 관심이 있다. 특히나 교인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인데 성경 속 말씀에만 갇혀 있지 않고 실제 현장으로 나아가 그 가르침을 느끼면서 배워 본다는 건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어렴풋이 알고 있던 주요 성지의 이름들에 대한 이미지를 이번 도서를 통해 더 가까이 알 수 있게 되어 좋았다.
첫 장 베들레헴에서는 예수님이 탄생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현재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와 하마스로 나누어진 서안 지구(west bank)와 가자 지구(gaza strip)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된다. 그리고 뱅크시의 그림이 그려진 분리 장벽에 대한 일화도 언급되고. 첫 장 말미의 이 벽이 사라지길 원한다는 현지 노인의 말이 와닿는다.
성경 속 어쩌면 초고대 문명(?)과도 연결될 수 있는 많은 상징들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다. 쥐엄나무 열매, 종려나무로 알려진 대추야자나무, 감람나무(올리브나무), 이집트에서도 신성하게 여겨졌다는 돌무화과나무 등. 성경 속 많은 사람들에게 먹을 것과 쉴 곳이 되어주고 또 사건의 배경처럼 항상 등장하는 나무들인데 모두들 무언가를 내어주는 베풂의 상징일 수도 있겠다란 생각도 해보았다.
유대의 광야와 사막들. 그리고 그 사이에 피어난 샘물과 폭포와 정원은 조금은 신비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과거에는 이 지역이 지금처럼 척박하지 않고 숲과 나무로 울창했다고 하던데 그 흔적들의 산물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사진 속에 다 담기진 못했지만 저자가 느낀 경건함과 신비로움이 무엇일지는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성경을 잘 모르기 때문에 저자가 이야기하는 영적인 언급이나 감동들을 내가 온전히 공감할 수는 없었겠지만 그래도 좋은 시간을 보낸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조금이나마 얻었기를 바라보며 리뷰를 마칠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