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나 두꺼운 책이다. 분량은 약 800페이지. 예부터 내려온 철학과 정치, 사회문화와 예술, 과학에 이르는 총 87개의 명저를 보통 사람들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요약해서 펴낸 책이라고 보면 된다. 저자는 일본에서 마케팅 전략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나가이 다카히사라는 분인데, <천 원짜리 콜라를 만 원에 파는 법>과 같은 다양한 마케팅 도서와 MBA 관련 서적을 썼다고 한다.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 장 자크 루소의 <사회계약론>, 엠마누엘 칸트의 <순수 이성 비판>과 헤겔의 <정신 현상학>. 이름은 한 번씩 들어보았을 것이고 내용도 학교를 다니면서 핵심 위주로 한 번 이상은 정리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읽어본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도서 관련 팟캐스트나 방송을 보더라도 많은 식자들도 솔직히 말해서 제대로 읽어보진 못했다고 말하는 게 현실이니까. 나 역시 들어는 보았고, 또 대략적으로 아는 것들도 일부 있지만 한번 설명해달라고 하면 쉽게 말하지 못하는 책들이다.
일단 저자는 이렇게 방대한 책들을 소개하면서 고전이니까, 명저니까 읽어야 한다는 상투적인 추천은 하지 않는다. 대신 좀 더 현실적인 이유로 접근한다. 면접에서 또 일상적인 대화에서 어떤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할 때 이런 지식들이 내재화되어 있으면 좀 더 깊은 대화와 사고가 가능해진다는 것. 가령 평균 임금이 높다 낮다를 이야기할 때 대부분은 아 높구나, 아니 왜 이리 낮아라는 일차원적 답변을 하지만 통계를 알고 수학적 감각이 있다면 실제 개인별 임금 구성은 다양할 텐데 과연 맞을까, 인원 구성에 따라 받는 금액이 상이할 텐데 와 같은 한 단계 더 깊은 생각과 문제 해결이 가능해진다는 말이다.
또 같은 문제를 두고도 남들과는 다른 차원에서 접근도 가능해진다. 저자도 서문에서 밝히지만 문제를 표층적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문제의 본질을 구조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사실. 인터넷을 넘어 이제는 AI 세상에 접어들었지만 오히려 그럴수록 뇌 속에 쌓인 방대한 지식이 순간적으로 조합되면서 나오는 무언가가 더 중요해진다는 말도 귀 기울여 들을 필요가 있겠다. AI의 발달과 같은 현재의 급격한 기술 진보가 오히려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드는 양극화의 가속화가 이루어질 거라는 일부 사람들의 예측과도 연결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고.
저자는 이 책을 읽는 방법으로 처음부터 87개 단락 모두를 읽는 것보다는 목차를 보고 평소 본인이 관심 가졌던 책이나 토픽을 위주로 읽어보는 것을 권한다. 각 단락별로 본다면 요약된 내용이라 부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액기스를 모두 숙지하려면 쉽지 않은 책 읽기가 될 테니 말이다. 나도 저자가 추천한 어려운 3대 도서인 칸트의 <순수 이성 비판>과 헤겔의 <정신현상학> 그리고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을 먼저 읽었는데, 오히려 더 복잡해지는 느낌도 받았다. 얼핏 알고 있었던 게 다가 아니구나라는 생각도 함께.
목요일부터 어제까지 과목별로 MBA 첫 수업에 참여했는데, 생각보다 과제도 많았고, 소화해야 할 읽을거리와 콘텐츠도 많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학부생부터 관련된 교과목이거나 자격증을 취득하고, 업무를 통해 알게 된 것들과 연계시킬 수 있다는 사실. 조금 머리가 아파지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학생처럼 다시 공부하게 되어 느낌이 새로운 것도 사실이다.
참고로 목차를 보면 철학과 사상과 관련된 도서뿐만 아니라 조금 난해하거나 분량이 많다고 알려진 고전들도 많이 소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고전에 도전하고 싶었지만 아직 망설이고 있는 분들에게는 좋은 징검다리와 입문서가 되지 않을까란 생각도 해보면서 리뷰를 마칠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