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9일간 동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오스트리아, 체코,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그리고 헝가리까지 총 5개국 주요 도시와 관광지를 구경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비엔나의 쉔브룬 궁전과 벨베데레 궁전을 구경했고, 잘츠부르크와 할슈타트도 다녀왔다. 체코의 프라하와 체스키크롬로프, 슬로베니아의 블레드 성과 호수 그리고 류블랴나 시내도 돌아보았다.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와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라스토케 마을도 좋았고. 마지막으로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는 다뉴브강 야간 유람선도 타고, 시내에서 쇼핑도 하면서 거리를 거닐었던 기억이 남는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게는 인천국제공항을 가는 길과 비행기 안에서의 시간이 가장 여행답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실제로 가장 들뜬 순간들이기도 하고, 여운이 가장 많이 남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또 기내식도 맛있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는 조금 피곤했던지 계속 잠들어 있었지만 - 뒷좌석에서 쉴 새 없이 이야기하는 소리에 잠들었다 깨었다를 반복했지만 - 가는 비행기에서는 영화도 두 편 보고, 책도 읽고 그랬었다. 영화는 <소울메이트>와 <존 오브 인터레스트> 그리고 <벨파스트>를 중간 정도까지 봤고, 책은 헤르만 헤세의 <황야의 이리>를 잠깐 읽었다.
돌아온 주말에는 토요일에 시차 적응 차 늦잠을 푹~ 자고, 다음날 오랜만에 스타벅스에 들러 헤르만 헤세의 글들을 엮은 <미친 세상과 사랑에 빠지기>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은 헤세의 열렬한 팬이자 편집자이기도 한 폴커 미헬스라는 독일인이 엮은 책인데, 헤세의 편지와 작품 속에서 추려낸 영혼의 문장들을 하나하나 소개하고 있다. 다양한 글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책 전체를 관통하는 유일한 주제는 바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야 하며, 지금 순간들을 사랑하고 행복을 느끼며 나아가야 한다는 것. 서로 대립되고, 때론 모순되는 무언가들의 교집합이야말로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이유이자 본질임을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된다.
엮은이의 서문에서도 밝히고 있지만 우리는 비통과 체념, 냉소의 순간들을 성장의 기회로 반전시키며 새로운 저항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또 삶은 아무리 힘들어도 버텨야 하며, 그런 상황을 더 나은 성장을 위한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중요한 건 바로 개인적인 무언가다! 요즘에는 개인주의를 저출산과 연계시키기도 하고, 어쭙잖은 애국심 - 진실로 자신에게 애국심이 있는지를 뒤돌아보기를 - 을 들먹이며 그 가치를 낮추거나, 부정적인 프레임을 덧씌우곤 하는데, 진실로 개인적일수록 오히려 가정과 조직 그리고 사회에 이바지함을 삶의 경험과 수많은 철학가들의 명저를 통해 알 수 있다.
행운과 운명과도 같은 것도 마찬가지. 많은 사람들이 보통은 그 자체를 부러워하고 평가 절하하지만 어쩌면 그 모든 것 역시 그동안 노력과 쌓여온 시간들의 축약체일지도 모른다. 더 넓은 시야를 갖고, 일의 경과와 목적 그리고 배경을 훑어보는 연습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젊음을 부러워하는 건 당연한 일이나 그렇다고 그 때로 돌아가려는 생각과 시도는 어리석은 일이다. 우리는 이미 그때로 돌아갈 수도 없고, 그럴 수도 없다. 대신 자기만의 인격과 책임 그리고 자유를 향해 계속 나아가야 한다고 헤세는 그리고 역자는 독자들에게 말한다.
정반합과 관련된 내용들도 많다. 수축시키고자 하는 게 있다면 일단 확대되도록 내버려 두자. 원초적인 충동의 욕구와 의식적인 삶 사이에서 조화를 추구하며, 스스로가 되는 일상을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 유머의 힘을 언제나 잊지 말고, 순수한 마음으로 여행하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조언도 눈에 들어온다.
행복함과 감사함을 갖고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조언들이 너무나도 많지만 끝으로 하나를 더 소개하며 리뷰를 마칠까 한다. 우울함을 극복하는데 좋은 것들이 있다. 노래와 경건함 마음 갖기(명상일지도), 와인마시기, 트래킹 등...